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간 미세먼지와 에너지에 대한 여러 정책이 발표됐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줄이겠다고 한다. 원자력 쪽에서는 40년간 국가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됐다. 또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국민들이 원자력 발전은 꼭 필요하다며 지지했지만 지금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지난해 경주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지진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후쿠시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지지해일로 인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일어난 사고로 진앙에서 183km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해일에 속수무책으로 큰 사고가 발생 했지만 진앙에서 더 가까이에 있던 오나가와 원전은 지진해일에 대비해 해안 방벽을 쌓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당시 오나가와 주민들은 강진이 발생하자 내진설계가 잘 되어있는 오나가와 발전소로 대피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운영 중인 국가들은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했고, 우리나라도 56가지의 후속 대책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전소 부지가 해수면 대비 10m가 넘지 않는 발전소는 10m높이의 해안방벽으로 높이고 비상 디젤발전기실 등 주요 안전시설의 출입문을 침수방지용 방수문으로 교체하고, 원자로 건물에 비상 냉각수 주입구를 설치하고, 이동형 비상발전차량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이를 `다소 방해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마땅히 할 일은 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기본적으로는 위험도가 높다. 그래서 몇 겹의 방호 시설을 설치해 외부로의 방사능 누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시공한다. 이 세상에 단점 없이 장점만 있는 것은 없다. 전기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달갑지 않은 부산물이 생긴다. 원자력을 대신 할 대체 에너지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원자력 발전은 매력적인 에너지원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토론, 공청회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득과 실을 따져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이다. 맛있고 몸에도 좋은 장은 담그되 구더기가 안 생기도록 된장 풀을 넣는 우리 조상들의 현명한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