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 중에 모 시의원이 지나가길래 꼴도 보기 싫어 인사도 안 했다".    구미시청 국장으로 퇴임한 모 공무원이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내게 한 말이다.  왜 인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시의원에서 떨어져 시의원도 아닌데 나를 괴롭힌 사람에게 굳이 내가 인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이방인처럼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지금은 정보비만으로 국민의 눈과 귀가 밝아지는 시대다.  투명한 사회가 되고 심지어 대통령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다.  구미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 구미시장, 시·도의원 등 많은 선출직들은 여전히 착각 속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인정받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만나 본 시민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정치인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눈앞의 생활과 생계에 바쁠 뿐이다.  국회의원, 시장, 도·시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시민과의 4년짜리 임시 계약에 불과하다. 시민들에게 인정받으면 재계약, 그렇지 않으면 잊혀진 존재로 남는다.  그 단순한 진리를 잊은 채 마치 권력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한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는 산속에 숨어도 사람이 들끓고 돈 없고 권력 없는 자는 시내 한복판에 살아도 찾는 이 없다. 현재 내가 있는 그 자리는 절대 영원하지 않다.  정상에 오를 때는 보이지 않던 꽃이 내려올 때는 반드시 보인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최근 구미시의원의 공무원 폭행 사건으로 지역 사회가 시끄럽다.  시민들은 시의원의 자질과 지방의원들의 특권의식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는 23일 구미시의회 본회의에서 안 의원에 대한 제명건이 최종 확정된다. 그 와중에 안 의원을 잘 안다는 한 주민이 시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주민은 "안 의원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자 큰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1년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대화를 하면 내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데 SNS나 문자는 보낸 사람 감정대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감정대로 읽힌다.  즉, 주민이 보낸 그 문자 내용은 안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켜달라는 요청처럼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주민의 따뜻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폭행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안 의원은 "신체적 접촉이 아닌 폭행을 인정한다"고 밝혔고 "남은 임기 동안 조용히 지역 현안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와 구미시민들의 여론은 한결같다. "피해자의 권익 보호가 우선이며 정치적 이해관계나 계파 논리로 폭행을 눈감아선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공무원 폭행이 아니라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와 지방의원의 특권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구미시의원 간 갈등이 엉뚱하게도 의전을 지원하러 온 공무원에게 향했고 행사 주체도 아니고 의전 담당도 아닌 그 공무원이 왜 피해자가 돼야 하는가.  공무원은 의원들의 하수인도, 사적 요구를 들어주는 심부름꾼도 아니다.  의정활동을 빙자한 부당한 압력과 폭행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구미시의회는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공무원과의 건전한 관계를 확립키 위한 자정 노력을 해야 하며 이런 부당한 폭력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 방안 또한 마련돼야 한다.  지난 18일 구미시공무원 노조를 비롯한 시·군 노조단체가 안 의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강명구 국회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곽병주 구미시노조위원장은 "안 의원이 명예롭게 사퇴 하길 바란다"며 "진정한 사과는 곧 사퇴다. 그것이 안 의원을 믿고 표를 준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오는 23일 구미시의회에서 열릴 제288회 정례회 2차 본회의의 방청 신청도 마감됐다. 협소한 방청석 관계로 방청신청 마감을 양해바란다는 안내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한다.  강명구 국회의원은 "안 의원이 지금은 탈당했지만 우리 당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니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널리 혜량(惠諒)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는 선출직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갑도 을이 되고 을도 갑이 되는 시대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구미에서조차 국민의힘을 향한 한숨 소리가 높다.  선출직들은 특권의식, 이제는 정말 버려야 할 때다.  구미시민의 대표로서 품격 있는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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