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의 편안한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약 60% 정도가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으며 환자수도 매년 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원인은 나이가 들며 약해지는 몸이다. 몸의 기둥인 척추도 나이가 들며 약해지고 주저앉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은 신경압박 때문이다. 나이가 들며 뼈와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 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 척추 사이의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고 신경이 눌리며 자극을 받게 된다.
주로 움직임이 많은 목이나 허리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허리를 반복적으로 굽혔다 펴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등 척추에 부담이 가는 행동이 잦을수록 퇴행성 변화가 앞당겨지기 쉽다.
척추관협착증의 흔한 증상이면서도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증상이 `하지파행`이다. 앉아있을 때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다가 걷기 시작하면 엉치나 다리가 불편해져 걷기 힘들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척추관협착증 증상이 심할수록 하지파행의 증상이 심해지며 악화될 경우 짧은 거리를 걷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가벼운 운동조차 어려워져 전신건강까지 해칠 수 있으니 평소 증상을 잘 살피고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척추관협착증은 자세에 따라 증상이 심해진다. 앉아있을 때보다 서있는 자세에서 척추의 신경압박이 심해져 통증이 악화되고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의 신경통로가 약간 넓어지며 증상이 완화된다.
길을 가다보면 간혹 유모차 같은 보행 보조기에 몸을 기댄 채 허리를 굽히고 이동하시는 노인 분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은 대개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척추관협착증은 흔히 알려진 허리디스크와는 증상이 다르다. 허리디스크는 주로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아프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반대로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진다. 또한 허리디스크는 걸으면 편하지만 앉으면 통증이 발생하고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리기 힘든 경우가 있다. 반대로 척추관협착증은 앉으면 편해지며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흔히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으면 수술 치료를 떠올리고 수술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랜 기간 방치해 증상이 악화되면 걷기 등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방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각이상, 배뇨장애, 마비 등 심각한 신경증상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 비수술 치료 등 수술 없이 치료할 방법이 있지만 심한 신경손상은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척추관협착증 초기 증상인 경우 대부분 운동치료나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를 통해 통증을 관리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에 좋은 운동은 평지 걷기다. 아프지 않을 때까지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며 걷는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면 신경이 자연스럽게 오래 걷기에 적응한다.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다면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비수술적 치료로는 풍선확장술이 대표적이다. 풍선이 달린 카테터를 이용,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신경압박을 해결해주는 방법이다. 조직 손상이나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전신마취나 절개 등 치료에 대한 부담도 적다. 고령 환자,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골다공증 환자의 치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심한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겐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