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정취가 서서히 깊어지던 지난 28일 안동 태사길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로 가득했다. 안동시가 주최한 `2025 태사길 프리마켓`이 성황리에 개최되며 원도심에 문화와 경제의 온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장터를 넘어 `7080 낭만포차`와 감성 가득한 사연 소개 코너, 지역 예술인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형 야외 행사로 주목받았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태사묘에서 웅부공원까지 이어지는 프리마켓 구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수공예품, 농산물, 중고물품, 먹거리 등을 즐기고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는 음악과 이야기로 가득한 낭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처음 도입된 `소소한 사연 소개 코너`는 현장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달궜다. 다정한 연인의 이야기부터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까지 다양한 시민 사연이 무대에 올랐으며 그중에서도 한 할머니가 출연해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다.
이 할머니는 여섯 가지 선천적 아픔을 안고 태어난 손자를 위해 "이 밤, 손자와의 기억을 남기고 싶다"며 직접 사연을 보내왔다. 어르신은 무대에 올라 손자를 위한 노래를 부르며 "힘든 삶도 음악처럼 흐른다면 덜 아플 것 같다"는 말로 관객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저녁 7시 이후에는 태사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감성 힐링 버스킹과 레크리에이션 공연이 분위기를 한층 달궜다. 특히 시 공무원들로 구성된 밴드가 무대에 올라 진심을 담은 연주와 노래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무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봤다"는 한 시민의 말처럼 이 공연은 행사에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프리마켓과 낭만포차의 조합은 이색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문화 콤보`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에서는 직접 만든 도마와 가죽 소품을 파는 작가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다른 쪽에서는 옛 추억의 음악이 흐르며 시민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는 장면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번 행사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태사길 프리마켓은 지속적인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단순한 상업적 목적을 넘어 지역 공동체 회복과 문화 정착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산불 피해로 위축된 지역 경제를 문화와 예술을 통해 극복하자는 권기창 시장의 의지와도 궤를 같이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행사가 `적은 예산으로도 도시재생을 실현해내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 건축과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지역 예술인과 상인, 자원봉사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도시재생 사업을 진화시켜 왔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건축과 도시재생팀 관계자에 따르면 "큰 돈 없이도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문화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고 전했다.
이번 태사길 프리마켓은 단지 `볼거리`에 머물지 않았다. 시민들의 마음을 잇고 오래된 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며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소중한 발걸음이 됐다.
시 건축과는 이러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안동형 도시재생`의 본보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김경태 기자tae666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