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세계적인 도시를 꿈꾸는 경주시가 정작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품격`은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유는 경주시가 추진 중인 분황사 인근 자전거도로 정비공사가 무방비 상태로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최소한의 보행자 유도선이나 안내 표지판도 설치돼 있지 않다. 인도는 파헤쳐진 채 방치돼 있고 차량 통행과 보행자의 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 공사 구간을 무방비로 지나다닐 수밖에 없어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공사의 총사업비는 약 2억9000만원으로 시는 이를 `자전거도로 정비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APEC을 앞두고 형식적으로 추진하는 `공기 맞추기용 날림 공사` 아니냐"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보행 안전과 시민 편의는 철저히 외면된 채 예산만 소진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시민 김모(63)씨는 "이곳은 분황사, 황룡사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데 제대로 된 안전펜스 하나 없이 인도를 다 파헤쳐 놓고 방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식의 공사가 가능한 것 자체가 놀랍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경주시의 대응 태도다.
취재진이 공사 내역과 안전대책을 문의하자 시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안전관리계획 대상이 아니며 별도의 공지도 없다"고 답변했다.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에 시민들의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발주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내역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데다 언론의 정보 요구마저 외면하는 현실에 `시민 배제, 행정 치적 쌓기용 사업`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지역 주민 박모씨는 "APEC 관련 사업이라고 하면 다 외지 업체가 가져간다"며 "지역 업체들은 배제된 채 외지 업체들이 공사를 따내 지역 경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제 행사를 앞두고 겉치레에만 집중한 결과 현장 관리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번 공사 전반에 대해 시민과 언론 앞에 명확히 설명하고 즉각 감사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삼진 기자wba11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