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의 키를 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번 주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한한다.
앞서 4월에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 이어 양국 고위급 간의 2차 관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한미 관세 협상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USTR이 18개국에 이르는 다수 국가와 협의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 업무량이 과도한 상황이고 양국 간 실무협의체도 완전히 구성되지 않아 이번 그리어 대표의 방한에서는 구체적인 협상 결과보다는 양국 간 산업 협력 의지 표명 등 의견 교환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1일 정부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한미 관세 협상을 위한 실무협의체(작업반) 구성 관련 논의는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양국은 후속 조치로 본격적인 협의를 위한 복수의 작업반을 꾸리기로 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USTR은 현재 18개 국가와 동시에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 속에 인력 면 등에서 개개 국가와 작업반을 따로 구성하고 논의를 할 상황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초기부터 200명대인 USTR의 인력 규모상 개별 국가와 구체적인 협의가 어렵거나 더딜 수 있다는 의문이 대내외적으로 나온 바 있다.
지난 9일 주요국 중 처음으로 미국과의 관세협상 결과를 발표한 영국의 경우 대미 무역적자국으로 비교적 논의가 쉬운 국가였기에 가능했고 영국보다 복잡한 무역관계를 가진 한국, 중국, 일본 등은 협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영국은 미국 입장에서 무역 흑자를 보는 국가여서 협의가 수월하게 된 것 같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관세 전쟁의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까다로운 쟁점을 가진 국가는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의 2+2 협의 이후 작업반 구성 등 실무 논의는 큰 진척이 없고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역시 국가별 협상 진척 관련 보도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무 논의가 크게 진전이 없는 만큼 그리어 USTR 대표 방한에서 실질적인 관세 협의 진전보다는 산업 협력 방안 논의, 미국의 요구 사항 전달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방한에서는 조선 협력, 방산 분야 구매, 에너지 분야 등 한국과 미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관련된 것이 논의될 수 있다. 조기 대선으로 한국의 현 정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과 미국의 협의 인원 등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협상 진전에 큰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시간을 벌면서 일본이나 인도 등의 협상이 어떻게 돼가는지를 조금 관찰하면서 가는 게 좋다. 오는 가을 APEC 행사는 첨단 기술 생태계 등에서 한국이 어떻게 필요한 파트너가 될지 등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설득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