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세계사적 위기에 직면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빨라지고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존의 세계 산업·경제·사회·정치 시스템을 리셋(Reset)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소비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특히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활동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은 고용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변화의 속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층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과 규제의 벽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시장에서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또다시 기술진화를 촉진하며 상당 기간 노동시장을 교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025년까지 디지털화로 인해 전 세계 8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는 9700만개로 120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 생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맥킨지는 지난 2월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독일, 영국 등 8개국에서 1억600만명의 근로자가 직업 전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여 12% 증가한 수치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와 맞물려 한층 빠르게 일자리 전환을 촉진한 것이다. 이렇듯 향후 10년은 인류 역사에서 거대한 직업 대전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자리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까. 크게 `무인화`와 `원격화`라는 두 개의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온 인공지능의 무인화에,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의 원격화가 가중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하급수적인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무인화와 원격화 자체가 더욱 고도화된다는 사실이다.
무인화가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어떤 범용기술보다 경제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이며 무인화 시대에 필요한 신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서둘러 길러야 하는 이유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시스템은 신기술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적 사고를 바탕으로 응용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I 교육을 도입한 중국을 본받을 만하다. 중국은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직업 교육 과정까지 AI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치원 6권, 초등학교 12권,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6권의 AI 교과서를 개발했다.
인재교육 정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신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혁신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10년 후 일하는 방식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다. 온라인으로 만나서 가상의 공간에서 AI 알고리즘과 함께하는 그런 일자리가 수없이 생겨날 것이다. 대부분이 지금의 규제의 틀 안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직업들이다. 일자리의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총체적 전략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