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기생충 감염 치료를 위한 구충제 이버맥틴이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아직까지 이버맥틴이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없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개적으로 이버맥틴 복용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버맥틴 처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FDA에서 처방받은 용도 외의 사용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CDC는 이버맥틴이 코로나19의 예방 또는 치료에 대해 허가받지 않았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또한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맥틴을 권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CDC와 미국 독극물통제센터협회(AAPCC)에 보고된 이버맥틴 부작용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CDC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인 지난 2019년 3월 16일에서 2020년 3월 13일까지 이버맥틴 처방은 주당 평균 3600회 정도였으나 2021년 1월 4일∼8일에 처방된 이버맥틴은 3만9000건에 달했다. 심지어 지난 8월 2주차(9∼13일) 한 주 동안에는 8만8000건이 넘는 이버맥틴이 처방돼 코로나19 전에 비해 약 24배 증가했다.
이버맥틴은 동물의 회선사상충증 및 장내선충 등을 치료하기 위해 허가받은 약물이다.
이버맥틴은 지난해 4월 호주에서 진행된 세포단위 실험에서 코로나19를 48시간 내에 사멸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실험실 수준에서의 실험으로 사람에게 적용할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맥틴을 적용한 임상시험이 다수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이집트에서 이버맥틴이 코로나19 사망률을 80% 가량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당시 대조군으로 선정된 집단은 위약이 아닌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해 정확한 비교가 어려우며 공식적인 국제 학술지에도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말 스페인에서 중등도 코로나19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연구에서 환자들은 이버맥틴 400mcg/kg 또는 위약을 처방받았다. 환자들은 모두 증상이 시작된지 72시간 내 약물을 처방받았으나 이버맥틴을 복용한 환자들과 위약을 처방받은 환자들 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에선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허용 가능한 용량의 이버맥틴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아직 정확한 연구가 없는 만큼 임의로 이버맥틴 복용 시 부작용 위험도 크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세포단계에서 성과가 있었던 치료제는 수백가지가 넘는다. 그것들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인체에 효과가 있으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되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코로나19 치료제는 아직 항체치료제라든지, 중환자에게 쓰는 몇 가지 치료제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건 없는 상황"이라며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에 기대를 갖는 건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