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퀴즈 출연하면 시집갈게요". 손녀의 이 말에 여든을 넘긴 할머니 래퍼들이 다시 움직였다. 국내외 방송을 섭렵하며 `고령 래퍼`로 주목받은 `수니와칠공주`가 이번에는 손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에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칠곡군의 8인조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는 지난 6일 `작가님, 수니와칠공주 여기! 유퀴즈만 남았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손글씨 푯말을 들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KBS, MBC, SBS, TBC 등 국내 방송은 물론 로이터, AP통신, NHK, CCTV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다. 최근에는 KBS `1박 2일` 촬영을 마쳤고 해당 방송은 오는 11일 방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유퀴즈` 무대는 아직 밟지 못했다.
이번 도전은 팀 리더 박점순(86) 할머니의 손녀 강혜은(30)씨의 결혼 약속에서 비롯됐다. 칠곡군보건소에 근무 중인 강씨는 평소 유퀴즈를 즐겨보며 "할머니가 꼭 한 번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TV를 잘 보지 않던 박 할머니는 "무슨 방송이고?"라며 웃어넘기곤 했다.
그런 박 할머니가 마음을 바꾼 건 지난 4일. 강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할머니가 유퀴즈에 나오면 저 결혼할게요"라고 말한 순간이었다. 박 할머니는 웃으며 "그래, 너 시집가게 해주마"라며 출연을 결심했다. 그리고 이틀 뒤 팀원들과 푯말을 함께 들고 제작진을 향한 `진심`을 담아 사진을 찍었다.
수니와칠공주는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이 쓴 시를 랩으로 만들며 결성된 그룹이다. KBS `인간극장`을 비롯해 `아침마당`, `동네 한 바퀴`, SBS `세상에 이런 일이`, `궁금한 이야기 Y` 등 주요 방송을 `도장깨기`하듯 출연하며 국내외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단순한 출연을 넘어 국가보훈부·문체부·중기부·해수부·관광공사 등의 정책 홍보 영상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고 공연 수익 일부는 칠곡군 호이장학금 등 지역 인재 육성에 사용됐다. 또 지역 농산물 공동브랜드 `건강담은 칠곡할매`, 부산엑스포 유치 캠페인 등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문화를 `받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박점순 할머니는 "방송은 잘 모르지만 사람 웃기고 울리는 건 자신 있다"라며 "작가님, 우리한테도 한 번 기회를 줘봐라. 진짜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팀 이필선 할머니도 "유퀴즈 나가고 손녀도 시집보내자"라며 웃었다.
김재욱 군수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수니와칠공주는 어르신들이 문화의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송홍달 기자song031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