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개강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의과대학 1학기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올해 의대 신입생은 지난해부터 집단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선배들이 휴학을 강요하고 있어 혼란한 분위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이 학칙에 예과 1학년은 휴학이 불가하다고 정해둬 극단적으로는 25학번과 24학번 이전 학년들의 입장 차가 극명히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일부 지역 `의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선배 의대생들이 25학번에게 필수의료패키지 등에 대해 설명하며 휴학을 강요했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한 의대 신입생 A씨는 "9시간 내내 투쟁에 관해 설명했다"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라고 전했다.
반면 지난 21일 진행된 연세대 의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선 학교 측에서 25학번 의대생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대 교수는 신입생들에게 "25학번이 수업을 듣는 것이 24학번도 도와주는 길"이라며 수업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개강을 앞두고 의대 25학번은 수업에 참여해야 할지 혼란한 모습이다.
한번 입학하면 6년 동안 수업을 같이 듣고 `족보`를 받지 못하면 수업 과정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폐쇄적인 의대 특성상 25학번 역시 선배들의 휴학 강요에 강력 반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졸업해서도 전공의 등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지난해 입학한 24학번 역시 이러한 이유로 입학하자마자 집단 휴학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 24학번 이모씨(19)는 "의대 시험을 보려면 선배의 족보가 꼭 필요하다"며 "휴학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라고 전했다.
대학 측은 학칙에 따라 예과 1학년은 휴학이 불가하며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된 첫해인 2024학년도와 달리 25학번은 모든 상황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휴학계를 받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대가 있는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24학번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 구제해준 것이고 25학번은 다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휴학에 동참할 명분이 없다"라며 "1학년이 수업 안 들으면 학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 총장은 "원칙적으로는 (예과 1학년은) 휴학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어떻게든 학생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25학번이 선배들을 따라 휴학에 동참할 경우 `학사 경고`를 받거나 1학기에 낸 등록금을 날리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서울대, 건양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1학년 때 휴학이 불가해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등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대 의대 1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일 기준 8개 대학은 지난해 예과 1학년이 납부한 등록금을 반환·이월(군 휴학 등 제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25학번 중 수업을 듣는 학생이 생길 경우 극단적으로는 25학번과 24학번 이상 선배들의 입장이 갈려 25학번의 수업만 우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