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부당합병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피고인` 딱지를 떼고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들은 모두 간단치 않은 것들이어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급한 불은 `반도체`다. AI 시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로봇과 바이오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도 필요하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이 회장은 당장은 대외 행보에 나서기보다 차분하게 경영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래 먹거리 개발, 신사업 육성,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실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의 경영 활동 활로는 열렸지만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 메모리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는 경쟁사보다 뒤처지고 범용 메모리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압도적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며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은 영업이익이 15조1000억원에 그쳤지만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23조 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더 기민한 대응을 위해서 총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부 차원의 이슈는 지금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대응하되 대규모 투자나 글로벌 현안에는 이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미처분이익잉여금)은 156조원 수준에 달한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사내 유보금을 차세대 기술·제품 개발 또는 M&A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결정이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가능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관세 전쟁이 불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예고했다.  이 회장이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구축한 폭넓은 네트워크는 강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들은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사이자 메모리 협력사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2주간 미국 출장에서 메타, 아마존, 퀄컴 등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을 연이어 만나 AI 시대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 회장을 자택에 초청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에도 미국 출장길에 올라 트럼프 측을 비롯한 빅테크들과 협력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사업 육성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재건이 지속해서 언급되는 배경이다. 미전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굵직한 M&A나 신사업을 주도했다. 삼성의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바이오(의료기기)나 배터리 사업 등도 미전실이 존재했던 시절 키웠다.  삼성의 가장 급한 불은 `반도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로봇과 바이오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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