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국회보다 지역을 찾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면서 민생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선 민망한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오전 회의에 의원 과반이 불출석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고 오후에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은 의원 10명만 자리를 지켰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행을 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공천 심사에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당초 기재위는 이날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이 달린 수출입 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대출 여력 부족으로 수출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방산업계가 손꼽아 기다 리던 법안이다. 여야 합의도 된 상태였다.  수출입은행법을 비롯해 기재위에서 상정한 개정안에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들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의원들에겐 30조원대 수출이나 방산업계 사정보다는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김상훈 기재위원장은 의원들에게 현안질의를 권유하면서 추가 참석자가 생길 때까지 시간을 끌었지만 오히려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늘면서 회의 시작 40여분 만에 정회했다.  기재위는 같은 날 오후 겨우 의결정족수를 맞춰 법안들을 처리했다.  의결에 걸린 시간은 단 9분이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기재부 공무원들도 법안 처리를 위해 아침부터 국회를 찾았다가 오후까지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오후에 진행된 대정부 질문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의 때부터 절반 이상 비어있던 본회의장은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자 26명으로 줄었고 오후 6시 산회할 무렵엔 10명만 자리를 지켰다.  전체 국회의원 수는 297명이다.  당장 두 달 뒤 국회에 남아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의원들 입장에선 상임위나 본회의가 눈에 안 들어올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유권자 한 사람을 더 만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국회에 재입성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구 민심만 잡으라고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비롯해 각종 권한을 부여한 건 아니다. 해마다 선거철이면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세비 삭감이 단골 정치개혁 주제로 등장한다.    정치학자들은 "의원 수를 늘려야 권한이 분산되고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독립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텅 빈 국회 앞에서 이 같은 주장은 매번 힘을 잃는다.    4·10 총선에선 `일하는 22대 국회`를 만들 후보들이 선택받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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