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차등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 시행까지는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적용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차차 마련된다. 다만 제도 기본 골격이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어서 수도권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세심한 제도 수립이 요구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분산에너지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전력 수요지 근처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전력이 초과 공급되는 지방은 전력수요를 증대하고 전력자급률이 낮은 서울 등 수도권에는 분산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기요금 차등제`로 제도 적용을 위한 근거도 담겼다.
이 법안은 전기 판매자가 발전소 유무와 송배전 비용 등에 따라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전기요금이 덜 부과되고 발전소가 드문 수도권은 송배전 비용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이 더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발전소가 많은 지방의 전기요금이 내려가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현재 전기요금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지만 앞으로는 사는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더 내거나 덜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요금 차등제는 원자력발전 등 지역 내 소위 기피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전력소비는 적은 비수도권 지역이, 그렇지 않은 수도권지역과 동일한 전기요금을 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문제인식에서 고안됐다.
실례로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지역 발전량은 지난해 연간 4만6579GWh(기가와트시)에 달했지만 판매 전력량은 2만1494GWh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면 서울 발전량은 부산의 9.3%인 4337GWh에 그쳤지만 판매 전력량은 발전량의 10배가 넘는 4만8789GWh나 됐다. 전기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서울이 소비량은 월등히 많았던 셈이다. 다른 발전소 지역과 수도권 간 전력 공급·수요 불균형 현상도 수치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사정은 비슷하다.
이미 차등요금제를 적용 중인 다른 나라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원전 등 발전소 밀집 지역 인근에 전기를 더 싸게 제공하는 지역별 한계가격(LMP)을 적용한다. 영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도 송전 거리가 멀수록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거리정산 요금제`를 시행 중이다.
법안 시행은 오는 6월부터다. 이 기간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구체적인 지역별 차등요금 산정 방안 등을 마련한다.
다만 수도권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내년 법안 시행 전까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4월10일)가 예정돼 있는데 수도권 표심을 우려한 정치셈법이 작용할 경우, 특별법 내용이 후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의 한 의원은 "일부에서 특정지역의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 "지역별 요금 조항은 현재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에 요금 일정액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인센티브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역단체별로 전력요금을 달리하는 문제는 법안 내용과는 결이 다른 문제로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추진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원전 소재 지역 시·도는 오는 6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