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경기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 가운데 더 이상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4~6월)에만 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각 9조원, 1조원 이상 늘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또 연체율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당분간 국내외 고금리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한계를 맞는 자영업자 수와 이들의 부실 대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014조2000억원) 이후 4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어섰고 1분기(1033조7000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9조5000억원이나 더 불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원 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연체율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p 높아졌다. 1.15%는 지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나눠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1분기 1.6%에서 2분기 1.8%로 0.2%p 올랐다.
지난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2.2%)도 3개월 새 0.4%p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2.4%)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1.2%)도 지난 2015년 3분기(1.2%) 이래 7년 9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나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187조2000억원→200조9000억원) 대출도 13조7000억원 급증했다.
저소득·중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조짐은 2금융권에서 뚜렷했다.
2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41%, 2.91%로 집계됐다.
석 달 사이 은행에서 0.04%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p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지난 2016년 3분기(0.43%) 이후 6년 9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3.05%)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2.52%), 저축은행(6.42%),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97%)의 2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30%p, 1.25%p, 0.17%p씩 높아졌다. 한은 시계열 확인 결과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 2016년 3분기(6.91%)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점도 자영업 대출 부실을 걱정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