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흉악범죄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심야시간대 여성 대상 범죄가 뜸해지는가 싶더니 다중밀집 장소에서의 흉기 난동이 잇따르고 다중밀집 장소의 경계를 강화하자 인적이 뜸한 둘레길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한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사건 또한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경찰이 특별치안 활동을 연장하면서 범죄 분위기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범죄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유무형의 이익이나 개인적 원한과 같이 예측 가능한 동기를 넘어서 소위 `이상 동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상 동기 범죄자들은 시간, 장소, 수법의 측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을 한다.  거리에 사람이 많으면 발각 가능성이 높아져 범죄시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범죄학 이론은 다중밀집 장소 흉기 난동 사건 앞에서 무력하다.  사적인 관계에서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과 학대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형태의 범죄가 증가하는 변곡점에서 시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역시 1960년대 강력 사건의 급증을 경험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범죄위원회를 구성했고 범죄위원회는 33개 항목으로 이뤄진 권고사항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경찰과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교류 확대, 범죄예방 활동에의 시민참여 보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찰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골자로 하는 소위 `지역사회 경찰 활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범죄예방은 경찰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범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반면 경찰의 권한과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경찰뿐 아니라 국가, 지자체,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와 전문성을 아우를 수 있는 범죄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경찰만 바라보며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경찰 역시 차량 순찰 및 거점 근무를 늘리는 억제 일변도의 대책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청취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순찰의 양보다 주민과의 실질적 접촉을 수반한 순찰의 질이 범죄감소의 핵심 요인이라는 실증 연구 결과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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