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이른바 `2023 표준 지도`에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에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기해 원성을 사고 있다.
중국의 `터무니없는` 지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국가는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인데 이들은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공식 항의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준 지도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인도는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카슈미르 지역 악사이친 고원이 중국 영토로 표기된 것을 문제 삼으며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번 분쟁은 양국이 국경 지역에서 긴장 완화를 약속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와 눈길을 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지도를 내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 영토는 인도에 속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남의 영토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린담 박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근거가 없으므로 이 주장을 거부한다"며 "중국 측의 이러한 조처는 국경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말리카르준 카르게 총재는 "아루나찰프라데시와 악사이친은 인도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중국은 다른 나라에 영토와 지명을 바꾸는 일에 있어 상습적인 범죄자"라고 반발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3440㎞ 길이 실제 통제선(LAC)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강, 호수, 만년설 등으로 구분돼 그 경계가 허술하다.
중국은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아루나찰프라데시 전체를 `남티베트`라고 명명하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 최남단이자 인도 서북부인 악사이친 고원을 두고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경 지역 긴장을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사태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의 지도가 영유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중국의 시도라면서 이는 국제법 중에서도 지난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가 문제 삼은 부분 역시 지도에 표시된 남중국해 영역이다.
이에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중국 표준지도가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며 항의했다.
중국은 대만이 불가분의 일부라며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대만 관련 백서를 발간했는데 해당 백서에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 노골적으로 담겼다.
대만 외교부 대변인 제프 리우는 "대만은 절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면서 "중국 정부가 대만의 주권에 대한 입장을 아무리 왜곡해도 대만이 존재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이어 이달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방미까지 대만과 미국이 밀착하는데 반발한 중국은 대만 포위 훈련과 실탄 사격 훈련 등 무력시위를 일상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회 전 분야에 표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표준화된 지도 사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다양한 유형의 표준 지도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