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군 할머니들이 래퍼로 변신해 전쟁의 아픔은 물론 배우지 못한 서러움과 노년의 외로움을 경쾌한 리듬의 랩 가사로 표현한다.
시 쓰는 할머니로 알려진 칠곡군 지천면 신4리 할머니들은 지난달 30일 마을 경로당에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창단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수니와 칠공주는 그룹의 리더인 박점순(85) 할머니 이름 가운데 마지막 글자인 `순`을 변형한 수니와 일곱명의 멤버를 의미한다.
아흔이 넘은 최고령자 정두이(92) 할머니로 부터 여든을 바라보는 최연소 장옥금(75) 할머니 등 여덟명으로 구성됐으며 평균 연령은 85세에 달한다.
할머니들은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도 참여했다.
할머니들은 랩 공연을 위해 자신들이 직접 썼던 일곱편의 시를 랩 가사로 바꾸고 음악을 입혔다.
`그들은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 딸`, `학교 종이 댕댕댕`, `나는 지금 학생이다` 등의 제목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6·25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했다는 `딱꽁 딱꽁`과 북한군을 만난 느낌을 표현한 `빨갱이` 등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노래했다.
이 밖에 고인이 된 깻잎전을 좋아했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들깻잎` 등을 선보인다.
할머니들의 랩 선생님은 공무원이 되기 전 한때 연예인을 꿈궜던 안태기(왜관읍) 주무관이 담당한다. 할머니들의 한글 선생님인 정우정씨도 밀착 지도를 위해 랩 관련 유튜브 프로그램 삼매경에 빠지는 등 두 팔을 걷어붙였다.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은 초등학교와 지역 축제 공연을 목표로 맹연습을 펼칠 예정이다.
송홍달 기자song031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