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호에 이어> 우리 지역은 예부터 농악이 유명했다. 정월 대보름이면 농악대가 풍년을 기원해 여러가지 곡식 이삭을 벼 짚단에 싸서 세우는 장대인 `볏가릿대`를 세우기도 하고 집집이 찾아다니며 지신을 달래어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풍작 및 가정의 복을 축원하는 `지신밟기`를 해준다. 이때 쌀, 떡, 실, 돈 등과 촛불을 켜 놓은 고사상인 `꽃반`을 차려놓는다. 지신밟기를 꽃반이라고도 한다.  정월 대보름달이 뜰 무렵에 동산에 올라가 절을 하고 소원을 비는 `달맞이`를 했고 `달점(月占)`이란 것을 보는데 커다란 양푼에 물을 떠 놓고 거기에 거울을 넣어 달을 비춰 달이 둥그렇게 뜨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 또 달의 색이 빨강, 노랑 등 색색으로 나오는데 이때 물색이 빨갛고 고우면 그해 신수가 좋다고 한다.  `더위팔기`는 보름날 아침에 이름을 불러 대답을 하면 `내 더우`, `내 더위 사 가게`하고 팔아 버린다. 그래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한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여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 반면 더위를 산 사람은 더위에 시달린다고 한다.  `걸립`은 농악의 일종인 걸립놀이가 행해지는데 걸립패가 집에 들면 주인은 반갑게 맞아 마당 가운데 자리를 깔고 반에 양푼, 됫박, 말, 식기 등에 곡식이나 돈을 담아 정성껏 차린다. 이렇게 모인 것들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정월 첫 뱀날인 사(巳)일에는 썩은 새끼에 헌 고무신을 매어 불을 붙여 `뱀 치자! 뱀 치자!` 외치면서 삽짝 밖에서 태우는 행사인데 뱀이나 독충의 침입을 막는 주술행위다.  `달집태우기`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달이 떠오를 때 솔가지 등에 불을 놓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풍속인데 달집이 훨훨 잘 타야만 마을이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므로 사람들은 소원지 써서 함께 불사른다. 근래 산북면에서 해마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이어 왔으나 코로나로 인해 중지했다.  정월(正月) 놀이로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종경도놀이(從卿圖, 昇卿圖) 등이 있었지만 오늘에 와서는 윷놀이 등 일부만 생활 속에 남았고 연날리기는 의성군에서 세계축제로 승화, 대다수 놀이는 보기가 어렵다.  입춘(立春)은 24절기 중에서 첫 절기로 이날에는 대문이나 기둥, 대들보, 천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천증세월인증수(天增歲月人增壽) 춘만건곤복만가(春滿乾坤福滿家) 등 입춘축(立春祝)을 붙인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태 속에 얼마 전까지 이어오던 우리의 고유 풍속이 원형을 잃고 퇴색되거나 사라지고 아직은 일부 남아 있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어르신들의 추억 속에서 그리움만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도 설날과 추석의 차례와 성묘는 전승력을 갖고 민족대이동이라 할 수 있는 명절 풍속을 이어가고 있고 편리에 따라 자녀들이 사는 서울 등 대도시로 역귀성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세상이 많이 변해도 사람 사는 이치는 같고 우리 것이 소중하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외래문화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우리 고유 정서와 가치관, 정체성을 가진 전통문화를 그대로 이어가거나 새 시대에 맞춰 변화·응용·승화시켜 지역 축제화는 물론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기반이 된 K-문화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 콘텐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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