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사건 등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가 24일 발표되자 그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민심도 술렁였다.
이날 오후 대구 중구의 소고기구이 전문점인 황소집에서 만난 주인 이옥실씨는 취재진에게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 앨범과 신문 스크랩집 등을 보여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열렬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다.
이씨는 식당 벽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사진을 따로 모아 달력 형태로 만들어 걸어두고 있다.
이씨는 "오늘 갑자기 사면이 결정돼 깜짝 놀랐다. 정말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고 했다.
그는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와 한명숙(전 국무총리)을 풀어주고 싶으니 죄 없는 박근혜를 더 이상 가둬둘 명분이 없어 사면을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사면 후 서울의 병원에서 치료한 뒤 대구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는 소식에 "지금 형편도 어렵지 않느냐"며 "당시 이사할 때도 짐이 너무 없어 트럭 1대 뿐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대구에 거처를 마련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할머니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 4년9개월간 집 안방에 존영(사진)을 보관해 왔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사면을 반겼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민의를 거스른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계명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최모씨(26)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지 망각한 것 같다. 2017년 촛불을 든 국민들을 배신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반야월에 사는 권모씨(45)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박근혜와 최순실의 실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훗날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한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국민통합도 중요하지만 박근혜로부터 상처 받은 사람들의 고통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씨(38)도 "사법부의 판단을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무참히 짓밟은 처사"라며 "박근혜 재구속을 주장하는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종환 기자jota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