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의료 과잉진료 등으로 올해 실손의료보험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서면서 내년에도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 중 39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현재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인상률을 15% 선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갱신주기가 긴 1~2세대 실손에 가입한 장·노년층 남성의 경우엔 100% 이상의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 최대 5년치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익성 악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일부 손해보험사의 경우 금융당국이 정한 최대 인상률(25%) 이상으로 보험료를 올릴 수 있어 최대 200% 넘는 인상률이 적용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 중 1~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평균 인상률 의견을 보험사들에 제시한다. 보험사들은 지난주부터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예상 보험료 인상률을 알리는 안내문을 보냈다.
금융당국의 의견을 받은 후 최종 인상률이 담긴 안내문을 다시 발송하게 된다.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실손보험 적자폭이 3조원을 넘어서 지난해(2조5000억원)보다 더 커진 만큼 내년엔 20% 이상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둔 금융당국이 이를 용인하긴 힘들어 15% 선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평균 인상률이 11%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최근 5년간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올해 17~19% 수준의 인상률이 적용된 1세대 구(舊) 실손보험의 경우 20%가 넘는 인상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13% 인상률이 책정된 2세대 표준화 실손 보험료도 15% 정도 오를 수 있다.
지난해 동결됐던 3세대 신(新) 실손보험도 올해 안정화 할인 특약이 종료되면 10%에 가까운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갱신주기가 5년인 가입자의 경우엔 5년치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에 1세대 실손의 경우 70%, 2세대 실손의 경우 50%가 각각 인상될 수 있다. 실손보험은 연령이나 성별을 고려해 인상률이 차등 적용되는데 중·장년층 남성의 인상률이 더 크기 때문에 100%를 넘어설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 MG손해보험처럼 수익성 악화로 비상경영 상태에 돌입한 보험사의 경우 인상 폭이 더 클 수 있다.
금융당국은 매년 실손보험료 변동 폭이 ±25%를 넘어서지 않도록 보험업감독규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들 보험사는 예외를 적용받아 이 기준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초에도 이들 보험사에 가입한 중장년층 남성이 250%가 넘는 인상률을 적용받은 사례가 있었다.
실손 보험료 인상폭이 매년 커지고 있는 이유는 1~2세대 경우 자기 부담률이 0~20%로 낮아 무분별한 의료쇼핑 등에 실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세대 실손과 2세대 실손의 올해 3분기까지 위험손해율은 각각 140.7%, 128.6%에 달했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4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결국 백내장, 도수치료 등 비급여 과잉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중 62.4%는 실손보험을 한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2.2%인 76만명이 1000만원 넘게 실손보험금을 타갔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소수가 가입자 대부분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인 셈이다.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적자는 점점 커지고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