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산업이기도 하지만 국가 경제를 위한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형 고등훈련기인 T50을 1대 수출하는 것은 중형자동차 1150대를 판 것과 같다.
국내 방위산업은 안보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글로벌 선두그룹으로 가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국의 무기 수출은 세계 8위이다. 2015년에 20위에서 2016년에 10위로 진입한 이후 계속 순위를 높여왔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경영실태 분석 결과 방산부문 해외 매출액은 지난 2010년 7469억원에서 2019년에는 1만7698억원까지 늘었다.
주요 수출품목은 T-50고등훈련기, FA-50군용기와 로켓탄, 자주포, 총기류와 탄약, 군용차량, 잠수함, 호위함, 함대함미사일 등이다.
겉으로 보면 한국 방위산업은 급성장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재래식 무기 위주로 판매했으며 판매 국가도 특정국가에 한정돼 있다. 고도 무기는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이 기술 선도형으로 거듭나려면 개발보다는 규제에 무게를 둔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는 평이다.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민간기업에 규제 목줄부터 채우고 있다. 투자와 개발에 나설 유인이 낮은 셈이다.
무기개발이 첫 단계에서 성능요구조건을 만족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몇 차례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개발·양산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지체상금부터 방산업체에게 물린다.
우월적 지위의 정부가 품목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방산기업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과거 방식인 셈이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규제보다는 제품에 집중한다. 실제 F-35의 경우 6년이나 전력화가 지연됐으나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
국내 방위산업의 규제는 과거 방산비리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지난 1993년 율곡 비리 사건, 1996년 린다 김 로비 사건, 2014년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건 등 방위사업 과정에서 군 관계자와 무기 중개상 등의 뇌물이 밝혀지면서 방산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규제는 국방 연구와 방산 발전을 막고 있다. 원가 산정부터 표준화 작업까지 깐깐하다보니 오히려 연구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 정부들어 방위산업 육성에 나섰다는 점이다. 내년까지 방위산업 생산 30조원, 수출 50억달러, 고용 5만명 달성 등을 목표로 잡았다. 또 현 정부 임기 내 `방산수출 100억 달러 수주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 수립은 물론 청와대에 `방산담당관` 직제를 신설하는 등 컨트롤타워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록히드마틴과 같은 글로벌 방산업체가 나오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과감한 규제 완화, 정부와 군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하드웨어 중심의 무기체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등 융복합 무기 개발을 위한 지원 확대가 있어야 한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규제가 방산 기술과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 개발을 위한 환경 조성,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