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룰이 내부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빼고 본선 경쟁력을 묻는 `절충안`으로 경선 파행을 막아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문항은 불문(不問)에 부치면서 대권주자들의 셈법이 다시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6일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선관위가 최종 도출한 경선룰에 대해 일제히 수용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각 캠프마다 크고 작은 이견이 노출되면서 `폭풍 전야`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관위는 전날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는 대신 1차 예비경선(컷오프) 방식을 국민여론조사 100%에서 `국민여론조사 80%·당원 여론조사 20%`로 조정했다. 본경선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묻는 문항을 넣기로 했다.
외견상 `역선택 방지조항`을 여론조사에서 제외했지만 실질적으로 1차 컷오프부터 역선택 방지 장치가 일부 포함한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대선캠프에서는 선관위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더 유리한 `룰 세팅`을 마련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선관위원 전원의 합의는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선관위가 1차 컷오프 여론조사 비율을 조정한 것은 특정 후보가 1위로 통과하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겠나"라고 반발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 선관위의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면서도 "그간 당내 경선에서 한 번도 실시한 적 없는 경쟁력 조사를 전격 도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은 본선 경쟁력을 묻는 문항과 방식을 놓고 당 대권주자들이 재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보수층에서,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중도·진보층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데다 최종 후보를 가리는 본경선인 만큼 사소한 문구와 뉘앙스에도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 있어서다.
하 의원은 "본선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또다시 분란이 벌어질 여지를 남겼다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라고 했다. 홍 의원 캠프 관계자도 "본선 경쟁력을 어떻게 측정하겠다는 것인지 선관위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내홍의 불씨가 남은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했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여론조사 문항에 `경쟁력`와 `적합도` 중 어느 단어를 넣을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대권주자의 `박빙 구도`가 3차 본경선까지 계속되면 본선 경쟁력 문항에 대한 `디테일 싸움`이 야권 경선판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60대에서, 홍 의원은 진보층과 중도층,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점도 변수다.
본선 경쟁력을 물을 때 `누가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보는지`, `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지`, `어느 후보가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지` 등 문항마다 후보들의 유불리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