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전문적인 영역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수한 영역인 수술실 폐쇄회로(CC)TV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표명하는 우려를 우리 사회는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해결책이나 보완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괜찮다고 덮어버린다.
의료와 관련된 법안이나 정책은 시행에 앞서 가장 신중해야 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시행착오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수술실 CCTV와 관련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의 하나가 정보 유출의 문제다.
혹자들은 시범적으로 시행한 병원들을 예로 들면서 아직까지 해킹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걱정을 자신 있게 덮으려고 든다.
하지만 환자의 노출뿐 아니라 환자의 수술명이나 진단명을 유추할 수 있는 수술 장면은 가장 민감한 의료정보 중 하나다.
이러한 정보를 주차장이나 로비, 장례식장과 같은 방범 CCTV와 동급으로 보는 시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의 정보가 지금까지 유출되지 않았다고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되돌아 반성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에 나와서 수술실 CCTV가 수술의 예후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단편적인 주장을 펼치는 의사의 이야기만을 듣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수술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살기 위해 받아야 하는 수술이며 다른 하나는 조금 더 나은 질의 삶을 살기 위해 받는 선택이 가능한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