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위층까지 번졌고 유독가스는 계단실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습니다.
이 사고로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참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단어가 바로 `방화문`입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여러 화재 현장을 경험하면서 절실히 느낀 점은 방화문이 닫혀 있었느냐, 아니냐가 인명피해의 크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계단실형 아파트는 구조적으로 계단실을 통해 연기가 굴뚝처럼 위층으로 퍼지는 특성이 있어 단 한 층이라도 방화문이 열려 있다면 상층부 전체가 유독가스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 활동 중 방화문이 고정돼 있거나 문 앞에 자전거, 유모차, 박스 등 장애물이 적치돼 있어 방화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편리함을 위해 열어두는 습관이 화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자 안동소방서에서는 올해 연중 `방화문 닫기` 안전문화 운동과 함께 현장 방문 지도·점검 활동을 실시합니다. 이번 활동은 `우리 아파트 대피 계획 세우기 캠페인`의 일환이며 특히 계단실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방화문 자동폐쇄장치 작동 여부 △고정장치 설치 여부 △훼손 및 장애물 적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입니다. 단순한 점검에 그치지 않고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 안내 및 맞춤형 컨설팅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점검 결과 즉시 시정 가능한 사항은 현장에서 바로 조치하고 성능 저하나 구조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개선을 유도할 것입니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평소의 예방과 대비로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방화문을 닫는 작은 실천`입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무심코 열어둔 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닫은 방화문 하나가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아파트를 나서며 한 번쯤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세요. "방화문, 제대로 닫혀 있나?". 이 작은 실천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