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 충격에 따른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해외 투자은행(IB)의 잇따른 성장 전망 줄하향에 이어 국내 국책 연구기관마저 처음으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대로 낮추면서 연초 2% 내외 수준이던 경제성장 전망이 수직낙하하고 있다. 0%대 `초저성장`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 전망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의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성장률은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앞서 KDI는 지난 2월 한국의 성장 전망을 2.0%에서 1.6%로 낮췄는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KDI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역시 관세전쟁과 정국 불안으로 인해 건설과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0.8%P의 전망치 하향에는 대외 충격 영향이 대략 0.5%P, 대내 충격이 0.3%P 정도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KDI가 제시한 전망치는 해외 주요 IB들의 전망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 기준 0.8%로 집계됐다. 3월 말 기준 1.4%에서 한달 만에 0.6%P 낮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지난 1일 성장률 전망을 0.7%로 지난해 12월 당시 전망했던 1.7% 대비 1.0%P 하향했다.
0%대 후반으로 수렴하고 있는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현실화될 경우 1998년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역시 하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8%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한 달 후인 6월 말~7월 초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역시 이달 말 발표하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전망치 하향 조정을 시사한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2월 1.5%를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관들도 큰 폭의 전망치 하향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 역시 대폭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기관들이 대부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하향이 이뤄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은 미국발 관세전쟁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인데 아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성장률 전망치의 상방과 하방을 모두 열어 놓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품목별 관세는 계속 시행되지만, 상호관세 유예가 지속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만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성장 전망치가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지만, 25%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며 그대로 시행되는 등 상황이 악화될 경우 0%대 내외까지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관세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더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향후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도 있어 여전히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