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우리나라의 저성장을 지적하며 "지난 10년간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신산업을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라며 "창조적 파괴에 필요한 고통과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이것저것 다 피하다 보니 신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정 산업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반도체, 자동차 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컸다.  그동안 우리는 `IT 강국`이라는 훈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IT를 기반으로 한 신규 산업 육성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차량호출(타다), 리걸테크(로톡), 원격의료 플랫폼(닥터나우)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산업들은 해외에서 수년 전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 등장할 만큼 잠재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산업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전통 직역과 갈등을 빚었다.  발달하는 기술과 시장의 요구에 따라 산업은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지위를 선점한 기득권들은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어느 것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했다.  그 사이 글로벌 혁신 산업의 헤게모니는 인공지능(AI)으로 넘어갔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산업에서 글로벌 G2와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는 2~3년으로 평가받는다.  학계에서는 이를 단숨에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역동적인 신산업 환경의 기반이 되는 기술창업은 감소하고 있다.  국내 기술기반 창업은 지난 2021년 23만9620개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감소 중이다.  지난해 기술기반 신규 창업기업은 21만4917개로 집계됐다. 감소하고 있는 기술창업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선배 기업들이 앞서 겪은 규제와 갈등이 창업가들의 상상력과 도전 정신을 닫아버린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는 신산업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 신산업을 둘러싼 산업 규제와 사회적 갈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기술 쓰나미에 우리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마침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될 때 우리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또 한 번 뒤처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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