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비싼 땅값에 높은 인건비는 부담이지만 관세 폭탄을 맞느니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편이 낫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이전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칩스법)` 등에 따른 거액의 보조금 혜택을 통해 투자를 이끌었다면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기업들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주요 교역국에 대한 강경한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오전 12시부로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하기로 했던 25%의 신규 관세는 한 달 유예했지만 협상 여하에 따라 강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달 12일부터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도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무관세 쿼터 방식으로 대미 수출을 해 온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4월 초에는 국가별 `맞춤형` 상호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상호 관세 부과 시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하겠다고 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관세를 철폐한 우리나라도 사정권에 들었다. 결국 대(對)미 무역에서 흑자를 거두고 있는 모든 국가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하면서 자동차 관세 도입 일정을 묻자 "아마도 4월 2일쯤"이라고 답했다. 다만 언급한 날짜가 관세 시행 시점인지, 관세 부과 계획 발표일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효과가 반영되기도 전이지만 이미 전 세계의 투자는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자회사인 `FDI 프로젝트`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 가운데 미국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의 비율이 지난 2023년 11.6%에서 지난해 1~11월 14.3%로 증가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치라고 FT는 설명했다.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는 기업이 외국에서 새로운 시설과 운영을 구축하거나 확장하는 투자를 말한다.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미국행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에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하는 해외 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현대제철이 `쇳물 생산`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철강 회사 중 미국에 고로나 전기로를 세운 곳은 없었다.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은 높아진 관세 장벽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산 6000t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세아창원특수강의 미국 법인은 1억855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투자비를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도 미국 현지에 상공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상공정은 고로 또는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여타 산업군에서의 미국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현대제철을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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