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면서도 즉각적인 집단행동 대신 관망세로 돌아선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달 말 현재 재직 중인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3월 말 병원을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은 의료 대란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정부가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압박과 함께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어 전공의들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사직서 투쟁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제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직을 하지 않고 파업 등 집단행동에 참여할 경우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열린 대전협 임시대의원회총회에서는 올해 의대를 졸업하고 이달 말 신규로 들어오는 인턴들이 수련 계획서를 쓰는 시기에 맞춰 각자 사직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명서를 내거나 협의가 된 것처럼 보이면 법적 제재를 당할 것을 우려해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병원을 바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가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라고 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를 병원에서 수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한 달 후엔 병원에서도 강제 근로를 시킬 수 없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사직을 막고 강제로 근로시킨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리가 안 됐다고 하더라도 한 달 안에 대체 인원을 뽑지 못한 것은 병원의 잘못으로 인정돼 한 달 뒤 병원을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이 한달이라는 시간이 병원 측엔 전공의 사직에 대비할 준비기간으로 보고 있다. 응급실, 중환자실 업무와 입원, 수술 등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법적으로도 문제없이 정부 측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지난 1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사직서를 내는 사유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 표시로 통상적인 것을 벗어나고 개별성을 띤다고는 하지만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로 볼 수 있다"며 전공의들을 압박했다.  전공의들은 이와 더불어 수련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인턴이 되거나 레지던트가 될 때 재계약을 해야 한다.  또 레지던트 계약을 1년마다 갱신하는 병원들도 있다.  마침 병원들이 인턴, 레지던트 계약이나 재계약 시점이 대전협이 예상하는 이달 말, 3월 초에 몰려있어 실제 실행에 옮겨진다면 사직서 제출과 함께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전협은 인턴이나 현재 대학생인 예비인턴을 합류시킬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을 포함해야 파괴력이 있다는 게 중론이어서 인턴이나 레지던트 계약 거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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