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환율, 기상 여건 등 변수가 적지 않아 향후 물가 경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달과 다음 달은 집중호우에 이은 태풍, 폭염 등 기상변수와 추석 명절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100)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이는 2021년 6월(2.3%) 이후 2년1개월 만의 최저치다.
6월(2.7%)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함에 따라 일단 물가 흐름은 정부의 예상대로 안정화하는 모양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6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6~7월에는 2%대 물가로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당시에는 "특별한 돌발요인이 없다면 물가는 하반기 평균 2% 중·후반대에 머물 것"이라며 "특히 7월에는 아마 2% 중반 또는 그 이하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아직 3%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3.9% 올라 지난해 4월(3.6%)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6월 3.5%에서 지난달 3.3%로 0.2%포인트(p)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원물가가 아직 3% 이상인 가운데 지난해의 기저 효과가 약해지는 시기가 오고 있다"며 "물가가 다시 3%대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8월부터는 기저효과가 작용하지 않는 점도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진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 물가가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지난해 8월에는 전월비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오는 8월은 기저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곡물 가격 동향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수출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거점을 공격하고 나서면서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여기다. 올 10월부터는 리터당 원유(原乳) 가격이 3000원으로 인상돼 우유 제품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된다.
하반기에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하고 있다.
곳곳이 물가 지뢰밭이다.
한국 경제가 순항하려면 2∼3%대 GDP 성장, 물가상승률 2%, 무역수지 흑자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이 가운데 물가상승률 2%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까지 물가상승률이 가팔랐던 점에 기댄 기저효과이고 8월부터는 다시 3%대로 높아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체감도가 높은 밥상 물가까지 더해지면 소비심리 급속 냉각으로 경기 반등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
정부가 급한 대로 급상승한 채소류를 할인 지원 품목으로 선정하고 닭고기는 수입을 늘려 가격 안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비상 대책은 물론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 일상화 시대에 맞는 농축산물 공급 안정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