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망 등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선정, 관리됐으면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산사태 취약지역` 제도는 지난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를 태생으로 한다. 그해 7월 27일 우면산 산사태로 17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20여 가구 중 60여 가구가 고립됐다.
이후 산림보호법 제45조의8 산사태 취약지역의 지정 및 해제 등 법률에 따라 2012년 `산사태 취약지역` 390곳이 첫 지정됐다. 이후 2017년 2만4075곳→2022년 2만7400곳→2023년 6월 말 2만8194곳으로 증가했다.
지정 절차를 보면 산림청 산사태 위험지도 1등급지와 생활권 지역 추출 후 1차적으로 산림청, 2차적으로 지방청·지자체 현장 조사 2회가 이뤄진다.
이후 지방청·지자체 토지소유주 등 관계인 의견수렴 → 지방청·지자체 지정심의위원회 개최를 거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다.
지정되면 △산사태 예방(사방) 사업 우선 시행 △연 2회 이상 현지점검, 필요시 응급조치 및 보수·보강 등 조치 △거주민 비상 연락망 구축, 대피소 지정 등 대피체계 마련 △거주민 대상 산사태 예방 교육·홍보 등이 이뤄진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산사태 취약지역`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지정심의위원회 이전인 `지자체 토지소유주 등 관계인 의견수렴` 절차에서 상당 부분 진통이 따른다.
국유림은 상관없지만 사유림의 경우 토지 소유주의 동의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상당수 토지 소유주들이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기재되면 지가 하락 등 피해를 본다며 반대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로 지정 절차가 멈추는 경우가 20~30% 된다.
시도 별 `산사태 취약지역`을 보면 6월 말 기준 경북 5681곳(전체의 20%), 강원 4767곳(17% ), 경기 2733곳(10% ), 전북 2668곳(9% ), 경남 2523곳(9% ), 전남 2436곳(9% ) 순이다.
국유림이 상당수 포함, 소유주의 동의 절차가 필요 없는 강원도의 경우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이 17%를 차지할 정도로 지정이 많은 편이다.
산림청은 현행 산사태 위험지도 1등급 위주의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 대상을 전체 산림(1~5등급)으로 확대한다.
기존의 산사태 방지대책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호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주민을 활용한 산림재난 자율 감시단 등을 담은 산림재난방지법은 지난해 말 발의, 현재 농해수위 상임위에서 심의 중인 가운데 연내 통과가 목표다.
주민 이장단과는 대피 안내, 대피소 등 정보를 밀접하게 협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피에 소극적인 지역주민들에 대해서는 경찰의 협조를 얻어 안내를 하고 있다.
시골의 적은 인구와 생계 활동을 감안, 의용소방대를 활용한 의용산사태 감시단도 추가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대부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에 따라 산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정비해야 한다.
집중호우가 내린 곳은 어디든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취약지역 위주로 관리하던 방식에서 강수량을 기준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대로 조치를 취하더라도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뉴얼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