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온다.
요즘 어딜가나 들리는 말이다.
여의도나 광화문 일대 점심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엔 아무리 가격 조정에 둔감한 사람이라도 물가가 오른 게 느껴진다고 할 정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류비가 오른 데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과 식용유를 비롯한 주요 식자재 가격까지 폭등하자 백기를 든 것이다.
돈가스 맛집도 지난 3월 가격을 1000원가량 인상했으며 가성비 닭갈비의 대명사 `유가네 닭갈비`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해가지 못했다. `치즈퐁닭` 2인분은 2만4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유가네 닭갈비는 9500원에서 1만500원으로 각각 1000원씩 비싸졌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7.4%나 뛰었다.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갈비탕(12.1%)을 필두로 치킨(10.9%), 생선회(10.7%), 짜장면(10.4%)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김밥(9.7%)과 라면(9.3%), 짬뽕(8.9%), 떡볶이(8.6%), 돈가스(8.1%)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라면에 김밥 1만원 시대`라는 말도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김밥 한 줄의 가격이 4300원에서 4800원이 됐다. 라면과 김밥은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합 중 하나인데 이젠 `간단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 사이에선 점심과 물가 상승을 합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직장인들은 점심값을 아끼려고 분식집을 가도 비싼 건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또 김밥에 라면을 먹으면서도 비싸다는 말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냐,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편의점 4사에 따르면 5월 1일~23일 도시락 판매량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GS25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48.2%, CU 40.7%, 이마트24 52%, 세븐일레븐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반 식당, 호텔 뷔페를 비롯한 외식가격부터 냉동식품과 도넛, 과자 등 먹거리부터까지 일제히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뷔페 레스토랑은 4~15% 가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치킨과 피자, 냉동식품, 튀김류, 과자 등 가격도 비싸졌다.
식용유는 일부 채널에서 판매 개수 제한을 거는 등 공급이 불안한 상황이고 밀 가격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20% 이상 급등했다. 현재 식품업체들은 미리 확보한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빵과 라면, 과자 등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면에 김밥도 비싸다`. 참으로 서글프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