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 세계화·정보화의 시대`라는 데는 이설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화에 목말라 한다. 이는 무분별한 해외문화의 유입, 획일적이고 원초적인 문화, 지역적으로 편중화·집중화된 문화 등등으로 인한 불평등의 지배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런 문화적 지배구조에서 오랜 뿌리와 지역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마을문화, 파생된 지역문화, 토착문화화 된 고유문화 등이 점점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상이 안타까울 뿐이다.
2017년에 정부의 국정과제로 가야문화연구·복원사업을 정한 후 2019년 가야를 포함하는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주변의 여건들이 많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원 차원의 고대·근현대의 역사적 자료와 지역·문화, 고유의 전통문화 등의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高靈적인 것이 가장 韓國的이고 가장 世界的인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가야국에 대한 새로운 자료 발굴, 삼국시대를 넘어 사국시대로의 확장, 지역의 영역별 문화일꾼 육성과 양성 등등) 21세기의 고령은 문화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바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보존과 전승, 계승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시책, 지원의 역할이 고령문화원의 설립 목적이자 운영의 방향이기도 하다.
고령문화원은 1974년 4월 30일에 개원해 올해로 47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령문화원은 지역 고유문화의 계발·보급·보존·전승 및 선양, 향토사의 발굴·조사·연구, 지역의 문화행사와 전통문화의 국내외 교류 등의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으며 `고령향토사연구소`는 지역 향토사의 조사·연구, 고문서와 문헌 자료 발굴, 향토사에 관한 학술세미나와 토론회·교육과 연수 및 홍보, 문화유적 탐방, 향토사 위탁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고령문화원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지역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 군민의 문화 의식 함양과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역할이 지대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열악한 재정과 인력, 역사적 사료를 밝혀 줄 자료의 부족 등으로 문화원의 설립 목적과 사업의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30년의 지방화시대에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고령의 문화를 지역민들에게 널리 일리고 참여케 하는 `함께 참여하는 고령문화 향유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지역문화자료실 즉 아카이브(archive)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자.
지역연구를 위해 필요한 1차적인 자료는 지역에서 생산된 원천자료이다. 향토사학자들이 발로 뛰면서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다. 지역주민의 일상생활, 지역주민의 역사,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지역주민에게만 구전으로 전해지는 사실과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검색되지 않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자료와 마찬가지인 시대이다. 지방문화원을 방문해야만 볼 수 있는 자료는 사장된 자료와 다름없다.(동아일보 2021년 12월 28일)
2017년부터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구축하고 있는 `지역N문화 포털`(연간 이용자 200만명)에 고령문화원이 주축이 돼 자료들을 탑재한다거나 고령문화원 홈페이지의 대대적인 확대 개편 등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고유성과 창조성을 키우고 미래지향적 성장 구조 및 지속 가능한 발전 체계(지방문화원진흥법,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한 예산 확보, 지역 사회단체와의 협약을 통한 문예진흥기금 조성, 회원의 참여도 제고 등)를 만들고 문화강소군의 중심 슬로건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실질적인 문화원 像을 정립해 나가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지역문화와 마을문화, 전통과 역사성, 고유의 정신과 바탕을 이해하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다양성이 융합되는 지역문화가 탄생하도록 문화원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셋째, 시·공간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상시로 고령문화원을 찾아 문화활동을 체험하고 참여해 소통과 교류, 상생과 협력으로 문화 결핍의 욕구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문화를 넘어 고령군 전체의 활력과 성장, 더 나아가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문화원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넷째, 고령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의 확대 개편을 통한 `사국시대` 만들기`의 노력이 요구된다.
일찍이 1956년 5월에 `대가야향토사연구회`를 설립해 `잃어버린 왕국 대가야`를 오늘에 되살리고 고령의 뿌리와 대가야 문화를 재조명하고 향토사 전반을 함께 연구하는 노력을 가졌었다. 또 대가야 문화 총서 30여권을 비롯해 140여권의 저서가 출판됐고 60여편 이상의 논문 발표를 하는 등 대단한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매일신문 특별취재팀 2004)
이와같이 지역의 향토사학자와 지역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는 향토문화연구에 대한 관심과 연구, 활동이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이제부터 고령문화원의 향토문화연구소가 중심이 돼 선배들의 열정과 노력을 이어받아 대가야 고령의 역사적 중요성과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을 꼭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