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의 핵심 가해자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전 감독 김규봉씨(43)에게 징역 7년, 주장으로 활동한 장윤정씨(32)에게 징역 4년이 각각 선고됐다.
대구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손병원)는 9일 김씨와 장씨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7년과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 5년 동안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장씨에게는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렸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선수 김도환씨(26)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피의자들은 고 최숙현 선수를 비롯한 피해 선수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다"며 "특히 상습적 범행으로 고 최숙현 선수는 공황장애를 앓다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최 선수가 진실 규명이 충분히 안될 것이 예상되자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의 죄는 매우 중하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반성문을 매일 같이 제출하며 과오를 후회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5년 8월 대걸레 자루로 선수들의 엉덩이를 내리쳐 상해를 가하는 등 2014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8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선수들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상습특수상해 등)로, 장씨는 2015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피해 선수들에게 억지로 과자를 먹인 혐의(강요 등) 등으로 지난해 8월 각각 구속 기소됐다.
`팀닥터`로 불리며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일부 여성 선수를 유사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운동처방사 안주현씨(46)는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7년 6월과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이들의 가혹행위와 폭행을 견디다 못한 최 선수는 지난해 6월 26일 0시 27분쯤 사회관계서비스망 메신저를 통해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항소심 선고 직후 최 선수 유족과 피해 선수,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대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폭력과 고발 선수에 대한 보복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피해 선수들에 대한 구제와 보호 대책 수립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촉구했다.
이날 재판 후 최 선수의 부친 최영희씨는 "더 엄한 벌을 받아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스포츠계에서 없도록 경종이 울려야 되는데 아쉽다"며 울먹였다.
이종환 기자jota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