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에 대해 8시간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조건부 허가가 떨어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제142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개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운영허가(안)`에 대해 심의하고 조건부 허가로 결론을 내렸다. 2019년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승인 이후 이번 정부 들어 두 번째 원전 운영이 허가된 것.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허가는 지난해 11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원안위 회의에서 보고·검토됐다.
지난 6월 11일 제140회 원안위 회의에서 처음으로 운영 허가 심의가 이뤄졌지만 추후 재상정으로 결론 난 바 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한 회의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회의 중간중간 10여분씩의 정회가 있었지만 원안위원들은 식사할 시간도 없이 신한울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점검을 이어갔다.
앞서 지난 6월 23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원전 사용 승인이 나올 수 있도록 원안위원장에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 다른 전향적인 허가 결정이 나올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게다가 이날 원안위 회의가 통상적으로 열리는 시간과 다른 시간대에 열려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화재 방호 계통 △냉각 계통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항공기 충돌 위험 평가 등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의 질문·지적과 이에 대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관계기관의 답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규제기관인 KINS의 관리 태도에 대한 원안위원들의 지적이 있기도 했다.
긴 시간 회의 끝에 원안위원들은 4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4가지 조건은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에 대한 (성능) 실험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실시 후 오는 2022년 3월까지 최종 보고서 제출 △항공기 재해도 저감을 위한 비행 횟수 제한 등 조치를 관련 기관과 진행한 후 필요시 후속조치 이행 △예상가능한 항공기 충돌로 인해 피폭선량 제한치를 초과하는 방사선 누출을 야기할 수 이는 재해가 일어나는 빈도를 평가할 방법론을 개발, 평가후 결과를 제출할 것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 15장 개정본을 지적 사항을 반영해 상업운전일 이전까지 제출할 것 등이다.
앞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신고리 원전은 허가 조건으로 △가압기안전방출밸브 관련 설계변경 등 누설저감 조치 △다중오동작 분석결과 반영 화재위험도 분석보고서 제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적용 화재 방호 기준을 보완할 것 등 3가지가 제시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점검 및 보고는 최근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신한울 1호기는 일단 허가는 떨어졌지만 한수원 입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각종 실험 및 연구·개발, 시험 평가를 시행해 정해진 기일까지 제출해야한다.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허가 취소나 고발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이번 원전 허가 검토 과정에서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위원들은 물론,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위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문제 제기 및 안전을 위한 보완요구가 언급됐다.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관련 기관이 혹시 국민의 건강에 해로운 짓을 하고 있지 않나 규제기관으로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KINS와 한수원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서 나 혼자만 생각하는가 해서 다른 위원들에게 물었다. 다들 (긴장이 적은) 관계에 문제 있다고 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비관론자가 돼서 걱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위원은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의 성능 논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진상현 원자력안전위원은 "운영허가안을 6개월 논의를 했다. 원안위 2회차 회의일때 운영허가 2건, 건설허가 2건이 1시간 30분만에 처리됐다. 그때 제대로 검토가 안 이뤄졌기 때문에 10년전 과오를 바로 잡느라 힘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긴 시간에 걸쳐) 문제 제기한 이유는 책임감 때문인거 같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신한울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한울에 대해 (운영 허가가) 결정되고 난 후 사고가 난다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거 같다. 사고가 없어야하기 때문에 끝까지 (점검)했던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 용량 1400MW 규모의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사실상 완공됐지만 허가가 미뤄져왔다. 이날 사용허가를 받게 되면서 연료 장전을 시작해 8개월간 시운전에 들어간다.
원안위는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이후에 진행될 핵연료 장전 및 시운전에 대해 사용 전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노환 기자shghk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