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계가 올 2분기 정반대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와 전력기기 등 인공지능(AI) 대호조에 힘입은 업종은 비우호적 환경을 뚫고 승승장구했지만 자동차와 가전 등 한국 수출을 견인해 왔던 주력 제조업은 미국발 `관세 쇼크`로 신음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4%, 영업이익은 68.5%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컨세서스)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K-전력기기 업계도 호실적을 올리며 약진했다. 효성중공업은 2분기 영업이익이 16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무려 161.9% 급증해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91억원, LS일렉트릭은 10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순항했다.
효성중공업은 올 2분기에만 전년 동기보다 45.8% 많은 2조1970억원, HD현대일렉트릭은 13.2% 증가한 1조31821억원의 수주액을 올렸다. LS일렉트릭 2분기 수주 잔고는 3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썼던 지난해와 비슷하게 곳간을 꽉꽉 채웠다.
반면 자동차와 가전, 태양광 등 타 업종들은 대부분 고전했다.
현대차·기아도 올 2분기 합산 매출액 77조6363억원, 영업이익 6조36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6% 감소했다. 합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매출은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급감했다.
OCI홀딩스는 2분기 매출액 776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8.3% 감소하고 영업손실 77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 테라서스(구 OCI M)가 돌연 `매출 절벽`에 몰린 탓이다.
업계 희비가 갈린 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다. AI 관련 업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상회하는 쇼티지 수혜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대다수 제조업은 2분기부터 영향권에 든 미국 관세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LG전자는 생활가전·전장(B2B)·냉난방공조(HVAC) 3대 사업 부문이 역대 2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가전 원자재인 철강에 부과된 파생관세(50%)와 10%의 보편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위축됐다. 현대차·기아가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뒷걸음질한 이유도 품목 관세 때문이다.
OCI홀딩스는 동남아 4개국 반덤핑·상계관세(AD·CVD)와 OBBBA 법안 등으로 OCI 테라서스 공장이 2분기 가동을 멈추는 극한 상황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지난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6월에는 판매가 거의 없어져 판매량의 3분의 2가 줄었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은 반등을 꾀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당장 닷새 뒤인 8월 1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일괄 발효된다. 옆 나라인 일본은 협정 타결로 자동차 관세가 15%로 줄어든 반면 25% 관세율을 받은 한국은 관세 협상은 아직 타결을 보지 못해 업계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내달 1일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되면 멕시코와 미국 현지 공급을 확대하는 `생산지 최적화` 플랜을 실행하고 미국 내 현지 가격 인상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도 탄력적인 가격 전략과 원가 절감, 부품 소싱 변경 등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