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계가 거꾸로 돌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지난해 20위로 올랐던 순위가 1년 만에 7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2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겉으로는 계엄과 관세 전쟁 등 단기적 충격 여파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저성장 고착과 구조 개혁 지연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경제 성장률이 오는 2040년대 0%대로 떨어진다는 비관적 전망은 각 기관에서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진짜 필요한 것은 공염불이나 강박에 가까운 경고가 아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당장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실질적 현상 개선책이다.  IMD가 지적한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다.  기업효율성 분야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이나 주저앉은 것이 국가경쟁력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31→53위), 경영관행(28→55위), 태도·가치관(11→33위) 등 기업 관련 전 부문 순위가 곤두박질했다. 이에 따라 기업을 옥죄는 규제 개혁과 노동 유연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업이 됐다.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시급하게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신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중국(16위)·대만(6위)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처방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규제 개혁, 노동 유연화, 신기술 투자…`.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동일한 처방전이 제시돼 왔다. 한국 경제가 이런 처방전의 효험을 봤다면 이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또 같은 처방이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뻔한 해법에 천착할 게 아니라 `효율성`과 `실행력`을 고민할 때다. IMD는 이번 평가에서 "정부 효율이 장기 회복력의 열쇠이며 정치·사회·경제적 분열 속에서 핵심 경쟁 우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 정부 효율성이 31위에 그쳤다.  효율적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IMD는 "정부 효율은 기민함, 포용성, 미래 지향적 정책 기조를 포괄한다"고 밝혔다. 규제 개혁을 하더라도 신속하게 여러 이해관계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아우르는 포용성을 갖추면서 기득권 원성을 살지라도 미래를 생각해 과감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는 `진취적 실용주의`를 천명했다. IMD의 조언과 궤를 같이한다. 공수표가 아니라면 앞으로 인기 없는 정책들을 빠르게 밀어붙여야 할 때가 잦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 동력을 복원하려면 다음 정부마저 똑같은 처방전을 받아 들게 해선 안 된다.  0%대 초저성장이 우려되는 오는 2040년까지 불과 15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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