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실업 상황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구직 급여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위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실업급여가 악용되고 있다.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반복해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수급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냈고 적자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이 10조3000억원 규모로 누적 적립금(7조8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받는 반복수급자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한 해 2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4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는 20회에 걸쳐 1억원 가까이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실업급여를 2회 이상 수급한 사람은 49만명(28.9%)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2회 37만7000명 △3회 8만1000명 △4회 1만8000명 △5회 이상 1만4000명 등이었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에는 2회 이상 수급자가 42만1000명(24.7%)이었으나 2021년 44만6000명(25.1%), 2022년 43만6000명(26.7%), 2023년 47만4000명(28.3%), 2024년 49만명(28.9%)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2회 이상 반복해 실업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늘고 있는 것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이유로 꼽히지만 단기근무를 반복하며 의도적으로 실업급여를 챙기는 수급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까지 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받은 수급자는 총 24회를 받았고 가장 많은 액수를 받은 사람은 20회에 걸쳐 9661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이 늘면서 부정수급 적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실업급여 부정 수급 적발 사례는 12만1221건으로 액수는 1409억원에 달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약 2만4000건, 280억원 수준이며 부정 수급 미회수액은 4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일부 구직자들 사이에서 실업급여가 일 안하고 실업급여 받는 편이 조건상 훨씬 유리하니 일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실업급여 수급 자체가 목적인 것으로 변질돼 버렸다는 데 있다.
최근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15~29세)이 늘어나는 이유도 실업급여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은 보험 재정의 누수를 가져오고 정당한 수급권자나 사회취약계층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다.
특히 건설업과 조선업 등에서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수급 자격을 조작하거나 허위 청구하는 등 조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취업과 실직을 한 적이 없으면서도 서류를 조작해 구직 급여를 부정으로 받은 수급자와 건설업체 대표, 이들을 연결해 준 전문 브로커 등이 덜미를 잡힌 적도 있다.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탈 경우 급여를 삭감(10~50%)하는 등 재정건전화 방안을 적극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수급 자격을 합리적으로 제한해 실업급여 수령자들이 일자리를 찾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용부는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이 근로 의욕을 상실케 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재계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 실업급여 수급 횟수를 제한하거나 반복 수급자에 대한 감액 적용, 현재 18개월인 기준 기간과 180일인 기여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 혈세를 아끼는 길이고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