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찬란한 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봉화의 청량산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모두가 함께하는 180일의 여정, 국보순회전-백제명품, 백제문양전`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이달 22일부터 오는 7월 27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하고 각 지역 소관박물관과 지역박물관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공모형 순회 전시 사업의 일환이다. 중요 문화유산 중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유물을 지방 박물관에 선보여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봉화 청량산박물관은 지난해 공모사업에 신청해 최종 8개 기관 중 하나로 선정됐다. 경북 지역에서는 봉화 청량산박물관과 의성 조문국박물관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백제의 유산을 선보이게 됐다.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유산을 지방으로 확산하는 이번 사업은 지방의 문화 접근성을 높여 누구나 균등한 문화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역사와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공공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 벽돌, 봉화에 오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 벽돌로 불리는 백제의 유물들이 봉화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중 백제 사비시대의 대표작인 `백제문양전` 6점이 공개된다. 이 유물들은 백제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백제인의 독창적인 미의식을 알리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벽돌은 삼국시대부터 기와와 함께 사용된 건축자재로 문양전은 바닥이나 벽을 장식하는 일종의 타일이다. 이들 중에는 연꽃, 도깨비, 산수, 용, 봉황 등의 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이러한 문양들은 도교와 불교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산수무늬전과 도깨비무늬전이 주요 유물로 소개되며 이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백제문양전은 금동대향로와 더불어 백제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 가장 많은 해외 전시가 이뤄진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 벽돌`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백제인의 독창적인 미의식과 높은 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특히 장식의 주제가 되는 `산수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상적으로 표현한 문양으로 백제인이 꿈꾸었던 이상향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이는 시공간을 초월해 조선시대 선비들이 이상향으로 여긴 봉화 청량산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전시되는 무늬 벽돌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7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 외리에서 발견된 유물이다. 마을 주민의 신고로 부여고적보존회가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연구자를 파견해 긴급 구제 발굴을 했다. 광복 이후 추가 조사가 이뤄져 현재까지 약 220개의 무늬 벽돌이 남아 있다.  조사 당시 모습에 따르면 흙바닥에 약 9m 길이로 30매의 벽돌이 일렬로 배열돼 있었다. 바닥에 깔린 벽돌의 무늬 면도 불규칙하고 파편을 끼워 넣은 곳도 있어 이 건물에 최초로 사용된 바닥 벽돌이 아니라 다른 건물지에서 가져와 재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에서는 기와 무더기와 와당, 치미 조각이 발견되고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는 금동관음보살상 2구가 수습됐다. 기존 연구에서는 사찰터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성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백제의 예술혼과 문화를 재조명하고 그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백제의 장식 벽돌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백제인의 미적 감각과 문화를 현대에 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청량산박물관, 지역 문화의 중심에 서다  청량산박물관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4년 개관한 이래 박물관은 꾸준한 시설 확충과 콘텐츠 혁신을 통해 `살아 있는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물관은 지난 2008년 농경문화전시관과 2016년 봉화 인물역사관을 차례로 건립하며 전시공간을 확장했다. 2022년에는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실 등을 새롭게 개편해 더욱 풍성한 전시 경험을 제공한다.  상설전시실은 두 개의 관으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청량산의 자연생태 및 불교유적 관련 자료, 김생·최치원·공민왕 등 청량산의 주요 역사인물 자료와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터치월, 모형맵핑, AR 시설이 설치돼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며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제2전시실은 청량산의 유산문화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유람을 위해 지닌 다양한 물품, 이황과 주세붕 관련 자료, 유산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봉화 인물역사관의 명현실은 봉화 선비의 절개, 봉화인의 효와 절의, 봉화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다양한 전시기법으로 구성해 관람객에게 봉화의 인물사와 그 유산을 전하고 있다.  봉화 농경문화전시관은 봉화의 전통 농경문화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1층 농경역사실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농경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하며 계절별 농경 관련 민속품을 전시해 봉화 농경의 특징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2층 농경생활실은 봉화의 의식주 생활과 세시풍속, 신앙 등을 디오라마와 패널, 영상을 통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청량산박물관은 이러한 다양한 전시와 체험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 군민과 어우러지는 개막식 행사 개최  국보순회전이 청량산박물관에서 22일 개막한다. 개막식은 `봉화아리랑 창`과 `명호면 통기타팀`의 식전공연으로 시작되며 `관악 5중주 비보브라스`의 오프닝 공연이 이어진다. 주요 내빈의 기념사와 축사가 진행된 후 테이프 컷팅식과 함께 특별전 관람이 예정돼 있다. 전시실에서는 유물 관람과 더불어 백제 무늬 벽돌을 활용한 벽돌 디자인 체험이 제공된다. 또한 외부 행사장에서는 어린이 관람객들을 위한 `물로 쓰는 붓글씨`와 `보드게임-두근두근 산길모험` 등의 체험 부스가 운영될 계획이다.  박현국 군수는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권이 확대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국립박물관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전시와 교육 등 협력사업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보순회전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관람 및 체험학습 관련 문의는 청량산박물관으로 하면 된다. 정휘영 기자 jhy44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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