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균형 무역, 비관세조치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미 관세 `2차 실무 기술 협의`가 진행된다. 기술 협의는 본협상에 올릴 세부 안건에 대한 윤곽을 잡기 위한 것으로 협상의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절차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실무 협의 돌입에 이어 오는 6월 중순엔 고위급 중간 점검이 또 한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인 7월 8일까지 우리나라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와 철강,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의 철폐를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당국에서는 미국이 영국과 첫 무역 합의에 성공하고 가장 난관으로 여겼던 중국과의 무역 협의에서도 일정 부분 실익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실무 협의에도 구체적인 요구안을 꺼내 압박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장관은 지난 16일 제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회담을 하고 내주부터 한미 관세 협의를 위한 `2차 기술 협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안 장관은 그리어 미 USTR 대표와 30여분간의 양자회담을 마친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5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시된 한미 양국 간 기술협의 경과를 점검하고 항후 협의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며 "그리어 대표와 다음 주부터 2차 실무 기술협의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4일 `2+2 고위급 통상 협의`를 갖고 오는 7월 초까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폐지와 산업 협력을 포함한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미 간 `1차 관세 기술 협의`가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바 있다. 산업부에서는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이 실무 총괄을 맡아 USTR과 협의를 진행했다. 기술협의의 목적은 한미 간 관세 조치에 대한 세부 논의 안건의 윤곽을 잡고 향후 본협상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18개국과 동시에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USTR 측의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그간 한국과의 협의는 세부 의제를 좁히는 구체적인 단계로 넘어가지는 못한 상태였다.
한미 양국이 2차 기술 협의에서 다루기로 압축한 분야는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디지털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다.
이들 6개 분야는 한국과의 협상에만 특정한 사안은 아니다. 미국은 90여개국, 이중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지정한 18개국과 현재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데 대외 통상 협상을 맡고 있는 USTR이 모든 주요국과의 협상에서 쓰는 표준화한 협상 대상 분류의 틀이라는 게 통상당국의 설명이다.
미국은 그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에서부터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문제,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까지 한국에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저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의지와 미국 측이 한국에 강력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조선 중심의 전략적인 한미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품목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예상했던 범위로 균형 무역에서는 대미 에너지, 농산물 수입 등을 통해 무역흑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미국 측에서 현재 600억달러 수준의 흑자를 200억~3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