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쳤던 중동 정세가 조용해졌다. 수도 한복판에서 동맹 세력의 지도자가 피살된 데 분노한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군사적 보복을 천명하며 격랑에 빠졌던 지난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물밑에선 전면전까지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폭풍 전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요청에도 이란이 대화를 거부했으며 이스라엘도 "공격받을 바엔 이란을 선제 타격하자"는 논의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이란 측이 아랍권 외교관들에게 "이번 대응이 전쟁(전면전)을 촉발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가자 전쟁의 역내 확전을 우려한 미국이 아랍국을 통해 보복을 만류하려 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7월 30일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제력을 보여줄 경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란을 달랬지만 이런 회유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을 찾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알리 바게리 외무장관 대행을 만났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사파디 장관은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이란 방문은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해 협의하고 양국 간 차이를 극복하고자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보복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고 이란 국영방송은 보도했다. 사파디 장관도 화담에서 이스라엘이 "중대하고 뻔뻔한 행위를 했다"고 맞장구를 쳐줬지만 이란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이란의 공격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지도부는 선제 타격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소집한 안보 내각 회의에서 이란과 이들의 대리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보복할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양한 공격 옵션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안보 당국 수장들은 이란이 보복을 그만두게 하는 일종의 `억제 조치`로서 이란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선제 타격은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한 뒤 실행에 옮기며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이 확보한 정보와 비교하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이 머물 지하 벙커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이끌었던 1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당하는 일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와 이란은 이스라엘이 하니예를 제거했다고 보고 보복을 예고했다.  정부도 현 상황에 관한 관련 국가 입장과 향후 정세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현지 교민 안전 강구 방안과 함께 유사시 교민 철수 대책 등을 검토했다.  정부는 중동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시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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