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 수입이 기존 예상치보다 60조원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등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납부가 급감했고 자산 관련 세수도 줄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세수 재추계` 결과를 공개한다. 이는 지난달 말까지 기업들이 내야 하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까지 반영된 수치다. 추경 예산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공식적인 세수 재추계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 기재부 내부에서는 수시로 세수 흐름을 점검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공식화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재정 운용에서 세수 펑크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비상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이 추세를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연간 60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60조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면 올해 국세 수입은 최초 전망치인 400조5000억원에서 340조원대로 크게 떨어진다. 60조원을 기준으로 중앙정부가 메워야 하는 부족분은 60%에 해당하는 36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내국세의 40%가량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간다.
이에 따라 세수 펑크의 약 40%는 지방 부담이 된다. 예상보다 세수가 덜 들어왔을 때 중앙정부는 증세를 통해 세금을 더 거두거나 국채를 발행해 세수 부족액을 메울 수 있다. 아니면 줄어드는 세수에 맞춰 세출을 줄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감액 추경)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기재부는 증세는 물론이고 감액 추경, 국채 발행 또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럴 때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불용(不用), 세계(歲計) 잉여금,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등이 있다.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방법이다.
세계 잉여금은 초과 세입과 세출 불용액의 합계를 말한다. 공자기금은 정부가 기금과 우체국예금 등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이다. 현재 불용으로는 10조~20조원, 세계 잉여금으로는 3조~5조원대 자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머지 10조~20조원은 공자기금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이외에 세수 부족분을 어떻게 메우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정부의 세수 전망 시스템에 대한 의문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율은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60조원이라고 가정하면, 기존 세입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15%가량의 오차율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 2021년(17.8%), 지난해(13.3%)에 이어서 큰 폭의 오차율이다.
나라 살림의 근간인 세수 예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나라 살림도 틀어질 판이다.
기재부는 지난 1일 국회에 내년도 총국세를 367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국세 전망치보다 33조원가량 적지만 최대 60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재추계 기준을 고려하면 30조원가량 많게 잡은 규모가 되는 셈이다.
실제와 동떨어진 세수 추산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기재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독립된 세수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세수 추계에 정부 성향이 반영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7월 말 기준으로 이듬해 세수 전망을 하는데 앞으로는 하반기 기업 실적 등을 반영해 연말 국회의 예산안 합의 전에 업데이트된 세입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