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21일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이는 2021년 1월부터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 이후 실질적인 첫 인상이 될 전망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16일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에 7~9월(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했다.
한전은 직전분기 대비 kWh당 3원 인상을 요구했다. 산업부와 기재부는 한전의 인상안을 토대로 전기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 뒤 20일 자정까지 최종안을 다시 한전으로 보내게 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분기별 ±3원, 연간 ±5원으로 상·하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같은 제도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연료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도입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총 6분기 동안 사실상 `동결`에 머무르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33.8원으로 산정됐으나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또 다시 `동결`로 전기요금을 억눌렀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요금의 현실화를 위해 요금체계 전면 개편을 함께 건의했다. 특히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폭을 확대하고 비상 시 `유보` 등의 조치로 회수하지 못한 연료비 미수금 정산도 함께 요청했다.
한전의 이같은 건의는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적자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은 출자지분·해외 발전소 등 1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재무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한전의 올해 누적 적자액이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등 우려가 감지되자 정치권에서도 요금 인상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관련 당정 협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음에도 이를 억눌렀다"며 "물가안정특위에서 그 부분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된다. 정부에서 적절히 판단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출입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분야는 탈정치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인상보다 인상의 폭이 중요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당연히 불가피하다"며 "전기요금(인상)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도 필요하고 한전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로서는 `힘 받은` 전기요금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고물가 상황에 처해 있는 현실이 딜레마다. 물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윤 정부의 국정목표와도 충돌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원가주의 기반 전기요금체계확립 필요성`을 주제로 한 제4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전력도매가격(SMP)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원가를 반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한전이 올해 약 23조원 적자를 내 자본잠식에 빠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지난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물가상승 우려로 정상적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 유보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명시적 기준 마련 △조정요금 상·하한 변동폭 확대 △연동제 미적용시 손실분을 총괄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 포함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