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이어진 가뭄 장기화로 영남과 전국 각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산발적 소나기가 내리지만 가뭄 해갈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가뭄으로 인해 봄철 산불이 전국적으로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며 해갈이 되지 않아 작물의 생육 부진, 수확량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 부족 현상도 우려된다. 상수도 대신 계곡물이나 지하수를 사용하는 오지마을은 가뭄이 더 계속되면 식수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급수 지원 말고는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상태다. 15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경북지역 강우량은 146.5㎜로 평년 평균(413.1㎜)의 35.4%, 지난해(344.4㎜)의 42.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요 댐과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2.9%로 평년(68.9%) 대비 76.7%, 지난해 대비 69.1%를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의 저수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671개, 23개 시·군이 관리하는 4717개 등 5388개가 있는데 총 저수량은 5억1744만4000t, 수혜면적은 6만8141㏊에 이른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청도 운문댐 등 9개 댐의 저수율은 경북 전체 평균(52.9%)보다 3.4%에서 최대 35.7% 낮아 가뭄이 계속되면 식수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댐 저수율이 가장 낮은 곳은 공사가 진행 중인 영주댐(17.2%)을 제외하고 운문댐(23.6%)으로 이미 `가뭄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군위댐 25.4%, 영천댐 27.5%, 부항댐 30.4%, 임하댐 31.9%, 성주댐 44.7%, 안동댐 48.8%, 경천댐 49.5%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대구 수성구와 동구, 경북 경산시, 영천시, 청도군 등에 식수를 공급하는 운문댐은 지난 3월 말 가뭄 `주의` 단계였다가 지난 5월 27일 `심각` 단계로 상향됐다. 이는 2018년 3월 저수량 기준 가뭄단계 설정 기준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운문댐은 저수량이 6800만t 아래로 내려가면 `관심`단계, 6200만t 이하면 `주의`, 4100만t 이하면 `심각`단계가 발령된다. 현재 운문댐의 저수량은 3800만t에 불과하다.
운문댐이 말라가자 대구시는 지난 13일 대구 수돗물의 26%를 공급하는 경북 청도 운문댐의 공급량을 줄이고 낙동강 수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달 3차례 수계조정을 통해 운문댐 용수 26만t 중 8만t을 낙동강 수계로 대체 공급한데 이어 15일부터 운문댐 물을 1만3000t 추가로 줄이고 낙동강 물을 대신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가격도 치솟을 전망이다. 양파 최대 산지 전남 무안에서는 양파값이 불과 3개월 만에 두 배 폭등했으나 농민들은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면서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인건비는 예전 10만원선에서 올해는 15만~17만원선이다. 농약대와 비료비는 30%이상 올랐다. 생산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양파값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파종과 동시에 계약재배를 한다. 애초 정해진 금액에 양파를 내놓으니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은 크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3일 양파 15㎏ 당 가격은 1만9340원을 형성했다. 20일전 1만1068원(15㎏)에서 10일전 1만6620원(15㎏)으로 오르더니 이제는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6월 양파 평년 가격인 1만471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올해 양파는 지난해 저가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와 이상 기후, 가뭄 등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감자 역시 생육기 때 찾아온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하다. 감자 재배 농가는 자구책으로 밭에 직접 물을 대고 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