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창낭창 휘어질 것 같은 이 봄날에 故이임수 경주 동국대학교 교수의 유고 시집 `모두가 꽃이었던 사람과 시간들`이 최근 현대불교문인협회에서 발간됐다. 사가(思柯) 이임수 교수는 지난해 2월 26일 지병으로 타계하기까지 려가문학과 향가의 권위자로 또 시인이며 문화인으로 경주 교육문화 창달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번 시집은 마지막 시집 `봄날의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이후 유족들이 남은 글을 정리하고 제자들이 교정을 본 `모두가 꽃이었던 사람과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펴냈다.  제1부 짧은 서정, 제2부 아직도 못다 한, 제3부 옛날 옛적에, 제4부 바보처럼, 제5부 부대끼며 등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긴 78편의 시와 `남편의 유고 시집을 내며` 그리고 조시와 조사를 함께 실었다.  모두가 사랑이란 이름으로/집착하니 힘들지요./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그 아름다웠던 시간들에 감사하고/겸허히 살아야겠습니다.(반성문 전문)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더니/이제 그만 말문을 닫았네//눈보라치는 추운 겨울밤을 이기고/한 잎 두 잎 가지마다 새잎 돋아도/다시는 그 목소리 들을 수 없네(열반 전문)  시집에는 `가족이야기`와 `아름다운 시간`을 추억하고 `항암 치료`를 받던 이야기, `옛집` `손님` `비둘기` `나무` `보리밭` `갈라진 붓` `마지막 바람`과 `살아간다는 거`에 관한 시를 남겼다. 예순 아홉해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암이란 무서운 병 앞에서 초연함으로 강인하게 견뎌낸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얼마나 정이 많은 사람인지를 느낄 수 있다.  지난달 26일 황성공원내 선생의 시비 앞에서 경주문화축제위원회 주관으로 1주기 추모식과 함께 유고 시집을 나누는 행사를 간단하게 가졌다.  박임관 경주문화축제위원회장은 "입춘이 저만치 가고 우수마저 지나 봄이 왔지만 평소 부질없다 호탕하게 웃음 지으시던 사가 교수님의 모습이 선하다"라며 "유족들이 고인의 유고 시를 묶어 책으로 발간해 임을 그리며 님의 시구절에 마음을 얹어 보고자 1주기 추모행사를 마련했다"고 1주기 추모사를 했다.  한편 고 이임수 선생은 생전에 "퇴직을 하면 향가문학관을 세우겠다"는 뜻은 서둘러 세상과 이별했기에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경주시는 무형의 지적자산인 향가의 가치에 대해 재조명해야 한다. 지적자산은 1000년이 또 가도 훼손되지 않는다. 문화 전승은 만 대를 이어가도 결코 유실되지 않는다.  195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하고 1988년 경북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수득했다. 1983년 동국대 경주캠퍼스 전임강사로 부임해 교수회장, 교무처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정년퇴직후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경주인으로 살았다.  경주문화축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충담재`를 봄에 개최하고 `월명재`를 가을에 개최했다. `단오제`와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행사를 진행하면서 경주 속의 신라를 일깨우고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한결같은 마음을 쏟았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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