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인생100세 시대를 맞아 일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길게는 40여년의 여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한 대안으로도 `일`은 노년층에게 매우 중요한 노후수단이 아닐 수 없다.
최귀희(사진·포항·70)씨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해 5년간 유아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2009년에 시작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오래전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가 무릎에 앉혀 놓고 들려주기도 하고 잠들기 전 자장가와 함께 들려주던 우리나라 전통이야기다.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사회봉사로 노년의 삶의 질과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
최 씨는 "아이들을 만나러 갈 때는 옷매무새며 화장을 해야하니 자칫하면 게을러질 수 있는 나이에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들려줄 교안을 준비하고 이야기를 외워서 들려줘야 하니 계속 두뇌활동을 해야 하기에 치매예방과 건강한 노년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로는 `느릅나무 소년`, `별을 좋아한 소년 장영실` 등이 있는데 특히 `냄새값 소리값`을 좋아한다. 지혜를 이용해 힘 있는 사람들을 골려 주는 옛 이야기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여러 사람을 위해 사용할 때 더욱 가치를 발하는 지혜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보수교육은 일년에 한차례씩 하절기에 안동국학진흥원에 가서 실습 및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으나 코로나 이후는 비대면 영상교육으로 대체하고 일일이 체크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료를 올려준다.
최 씨는 2002년 포항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20년차 중견 작가이기도 하다. 포항문협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시거리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오다 지난해 6월에는 월간문학에 `빨랫줄`이 당선돼 동시 작가로 출발을 알렸다.
그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노래도 하며 유아들과 소통하면서 행복지수가 더욱 높아졌다"며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다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게 됐고 아이들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는 어느 해보다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포항문화재단 지원금으로 지도서출판 아르코에서 펴낸 `국화빵이 피는 계절`에는 71편의 시와 동시로 엮었다. 늦깎이 작가는 원숙한 글쓰기로 정제된 언어와 감각적인 문체로 일상적 삶의 저변을 성찰하고 있다. 고희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신선하고 호기심이 가득 묻어있으며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보는 삶의 관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묵혀뒀던 시와 동시를 만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며 "앞으로 남은 시간도 독서와 글쓰기 작업을 계속하며 시와 동행할 것이다" 고 말했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노인복지정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세대간 소통과 유아들의 인성함양을 돕고 있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