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전파 속도를 볼 때 오미크론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미크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 관련한 돌연변이를 델타변이 보다 2배 정도 많은 32개의 돌연변이 부위가 발견된 새 변이다. `스파이크 단백질`(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에 침투할 때 쓰는 돌기)이 많은 만큼 감염력이 2~3배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델타 변이보다 6~8배 감염력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달 11일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 처음 확인돼 29일까지 영국·벨기에·독일·홍콩·이스라엘·이탈리아 등 전 세계 최소 14개국으로 확산한 상태다.
전파 속도를 볼 때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첫 보고 약 2주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배 넘게 증가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한 지 3일 만에 전 세계 6개 대륙에 모두 상륙했다.
아직 국내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거나 곧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는 4000명선을 유지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29일까지 닷새째 600명대를 기록 중이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한 병상 대기자는 1310명으로 사흘째 1000명을 넘겼고 나흘 이상 병상 대기자도 130명에 달한다.
위중증 환자수 증가로 수도권 중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5%를 넘어섰고 전국 위중증 병상가동률도 75%를 초과했다. 오미크론이 아니더라도 수도권 의료체계가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비수도권 상황도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은 정부가 최대한 빗장을 걸어 잠그고 확진자가 나오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새 변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남아공 등 8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 입국자는 백신 접종과 상관 없이 10일간 시설에 격리하도록 조처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교수는 "아직까지 사망자나 확진자가 미국과 타 국가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의료체계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단계인건 분명하다"며 "유행곡선을 낮추려면 방역을 잠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교수도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확진자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전보다 전파가 증가했으므로 오후 6시 이후 영업제한 등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더 강한 방법을 써야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천은미 교수는 "대기상태에서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많고 코로나19 중환자 병실 때문에 일반 응급환자가 치료를 못받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중증자 대비 사망자가 훨씬 많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우리가 다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5차 유행은 시작됐고 오미크론까지 들어오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자영업자를 충분히 지원해서라도 이동량을 감소시킬 정책을 펴야지 부스터샷이나 백신 패스만으로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렵다"면서 "시민들도 연말 모임을 하지 않고 최대한 이동거리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치명률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커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