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요소수와 같은 주요 수입 품목의 공급난 재발을 막고자 이달 범부처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TF가 산업 현장에 잘 맞는 수급 안정 노력을 한다면 향후 우리 정부에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에 대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는 셈이다. 적어도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처럼 국내 산업의 `올스톱`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그간 잇따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TF 설치는 과하게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TF 설치를 한일 수출규제 당시와 같은 산업 정책 전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주재하는 `범부처 경제안보 핵심품목 TF`가 이달 중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산하에 신설된다. TF는 앞으로 경제안보에 연관된 핵심 품목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주기적으로 수급 동향을 살피고 필요하면 주력 제조업 중심의 현행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와도 협업할 방침이다.
관리 대상 품목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과도한 대외 의존도 등을 고려해 연말까지 100~200개를 선정하고 내년 1분기까지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정한 핵심 품목은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전환, 국제협력 등 다각도의 맞춤형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입선 다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유력한 대체 생산지는 품목별로 다르지만 주로 인도와 베트남 등 아세안 등지가 꼽힌다.
전문가들이 국내 공급보다 수입선 다변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비용 증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애당초 우리나라가 중국산 요소·요소수에 수입량의 과반을 의존한 이유는 국산에 비해 크게 저렴한 가격 등 소위 가성비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수급 위험 현실화 품목을 중심으로 빠르게 대체 수입국을 확보하고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기업의 물류비 증가분을 지원하면서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정부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선 다변화에 일부 성공한 전례가 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정부는 대대적인 수입선 다변화에 나선 결과 100대 품목의 대일 의존도를 2년만에 31.4%에서 24.9%로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다만 이번은 소부장과 다르게 요소수 같은 `일상 범용` 품목에 대한 수입처 다변화라는 점에서 더욱 많은 수의 기업과 산업에 대한 다방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중간재가 위험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난 2019년 대중 중간재 수입의 39.1%를 고위기술 중간재가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 2012년 대비 18.1%포인트(p) 급등한 수치다.
이에 국제무역통상연구원(IIT)은 지난해 7월 펴낸 연구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이라는 거점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어렵다"라며 "따라서 대체생산 거점을 다른 국가에 구축하는 `차이나+1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외 의존도 비중이 높은 3000~400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 위기 징후를 사전 파악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하고 등급화에 따라 리스크가 더 높은 품목은 점검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가기로 했다.
경제안보 핵심 품목의 맞춤형 수급 안정화 방안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등에서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