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 내에 위치한 갤러리 황남정미소에서 진행됐던 정광화 개인展 `Homo Symbious Aeta`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는 대구와 제주 지역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펼치다가 지난 2010년부터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광화 선교사의 두번째 전시회로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아이따` 부족의 원시적인 삶의 모습들을 담은 그림들로 구성됐다.
정 선교사는 현재 필리핀 산 마르틴(San Martin) 지역 아이따(Aeta) 부족의 자립을 돕는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문명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채 가난하게 살고 있는 아이따 부족에게 염소와 소를 제공하고 그것을 스스로 키워 다시 이웃과 나누게 함으로써 이들 공동체의 자립을 돕고 있다.
정광화 선교사는 "학창시절 미술부 활동을 통해 화가로의 꿈을 키웠지만 이후 신학대학에 진학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전하며 바쁘게 지내면서 마음 속에 그림에 대한 열망을 외면하고 잊은 척 지냈다"라며 "그러나 필리핀으로 건너가 선교활동을 펼치게 되면서 그곳의 순수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잊고 있던 순수했던 시절의 꿈이 점점 떠올랐다"라고 처음 그림을 시작한 계기를 회상했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운 선교사 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앞에 있어 물감을 살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정 선교사는 그저 가만히 기도를 드렸다고 했다. "기왕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재주을 주셨으니 이 재주로 또 하나님께 보답할 수 있는 기회도 주십시오".
그 기도가 통했던 건지 정 선교사는 어느날 한 건물 앞을 지나다가 계단 아래쪽 공간에 버려진 화구들을 발견했다. 관리인을 불러 자조지종을 들으니 누군가가 버리고 간 물건이라고 가져가도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그 먼지 쌓인 화구들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 얼마 남지 않은 물감들을 짜내 겨우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 그림을 현지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평소 다양한 지원을 해 주던 호텔 사장에게 선물했다.
그림을 받아든 호텔 사장은 한눈에 그 재능을 알아보고 물감을 비롯해 작품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제공하며 작품활동을 계속해 줄 것을 부탁했고 그렇게 호텔에 장식된 작품을 본 관계자의 주선으로 지난 2017년 첫 전시회를 열게 됐다.
장 선교사는 "그저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마치 정말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기적. 그 후로 감사하게도 그림활동을 통해 외부 후원기관에만 기대지 않고 좀 더 안정적인 선교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그림을 그려서 얻은 수익으로 염소를 사서 아이따 부족에게 전달하고 또 그들이 키운 염소를 이웃과 나누고 그렇게 조금 더 즐거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또 감사할 따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광화 선교사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전시는 끝났지만 굿즈 판매 등은 지속될 예정이며 전시된 그림과 굿즈의 판매액은 다시 필리핀 아이따 부족을 위한 자립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반대로 고향 경주의 특색을 담은 그림과 굿즈를 제작해 관광객들에게는 여행의 추억을 선물하고 수익금으로는 또 필리핀의 이웃을 돕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 중에 있다. 그림 그리는 정광화 선교사와 염소 키우는 아이따 부족, 삶의 새로운 영감을 얻을 관람객들의 선순환 프로젝트를 기대해 본다.
황은솔 기자eunsol19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