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2분기 연속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졌지만 정부가 이를 제지하면서 한전의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올 7∼9월분(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전은 올 2분기 전기요금도 1분기와 마찬가지로 직전분기 연료비 하락 추세를 감안해 1kWh 당 3원을 인하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전은 연료비와 연동한 원가연계형 전기 요금제를 올해부터 도입하고 세 번째 조정에 나섰지만 정부는 `동결`을 통보했다.
3분기 전기요금은 올 3∼5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됐다. 한전이 공개한 요금 산정내역을 보면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벙커C유 등 연료비의 3개월간 추이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는 1kWh 당 `0원`으로 산출됐다. 2분기 적용됐던 `1kWh 당 -3원`보다는 3원이 오르는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지만 정부는 동결을 결정했다. 3분기 전기요금 산정 기준이 되는 지난 3∼5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64달러로 직전 3개월보다 16%가 올랐다.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오른 소비자물가와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동결`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면서 9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전도 전기요금 산출 내역을 설명하는 자료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 △1분기 조정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동결`을 통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인상 요인이 있었던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변동하는 국제 연료가격에 따라 연료비 증감분을 적기 반영하고 변동요금을 예고해 합리적인 전기소비와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는 당초 도입 취지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억누르면서 한전 실적에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가운데 지금과 같은 전기요금을 유지할 경우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감안해 이번 3분기 전기요금 발표를 통해 정부는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전기요금을 적기에 인상하지 못한 부담이 한전의 실적 악화는 물론 발전 사업자와 정부의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전가되면서 전력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