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라디오를 통해 이준석의 `국민의 힘` 당 대표 수락 연설을 들었다. 지난 2004년 당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한 바락 오바마의 기조연설만큼 신선했다. 그의 연설은 한국의 기존 정치인들이나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칭 현자들의 말장난과는 달랐다. 그의 말엔 고뇌와 숙고 그리고 거친 진심이 담겨있었다. 진심은 듣는 사람들에게 아부하려는 미사여구가 아니다. 희망한 미래를 제시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겠다는 결의다.  그런 진심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라는 그리스어를 사용해 설명했다. 정치인은 감동적인 연설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연설이 가장 중요한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인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세 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첫 번째 요소는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말투인 `로고스`다. 이준석은 자신이 대표로 선출될 것을 확신하며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여러분"이란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면서 자신의 연설을 TV나 핸드폰으로 지켜보고 있는 우리를 자기가 앞으로 전개할 주장 안으로 끌어당겼다. 자신을 당 대표로 선출한 사람은 `국민의 힘` 당원뿐만 아니라, 투표에 참여한 일부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였다고 주장한다. 내가 그를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확신에 찬 말에 내가 그를 선택한 것처럼 됐다.  훌륭한 연설의 두 번째 요소는 `에토스`다. 그리스어 `에토스`를 번역하자면, `진정성`이다. 그는 26살에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선거에서 3번이나 낙선했다. 이 낙선이 그에겐 쓴 약이 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상적인 정치를 펼치겠다는 굳건한 발판이 됐다. 그는 논리와 진정성을 연결시키며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참신한 화두인 `공존`을 들고나왔다. 공존이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씨이며 그 다름 가운데 최선 혹은 차선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이다.  그는 그 개념을 누구보다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정치인들은 툭하면 `화합의 정치`를 소개하며 `용광로론`을 들먹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숙고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과 통합을 시도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그것은 마치 일본 음식 스시, 이탈리아 음식 스파게티, 그리고 한국의 김치를 갈아 섞는 시도와 같다. 단수는 복수의 어머니이며 개인은 집단의 핵심이다. 단수와 개인이 지닌 개성은 전체에 시너지를 보태는 원동력이다.   1778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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